중국 대형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iQIYI)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장편 드라마를 선보인다. 짧은 영상이나 실험작에 머물던 생성형 AI 드라마가 대형 OTT의 정규 시즌제로 영역을 넓혔다.
아이치이는 최근 열린 2026 아이치이 열향회(悦享会)에서 AI 장편드라마 ‘불선원앙지선선(不羨鴛鴦只羨仙)’을 공개했다. 전체 분량은 1000분이 넘고 총 3개 시즌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아이치이는 첫 시즌을 올해 4분기 선보일 계획이다.
이 작품은 운명을 바꾸려 과거로 돌아간 남자가 고대 마두와 얽히는 판타지 로맨스다. 선위제(심우결, 24)와 천허이(진학일, 25)가 각각 주인공 황두두와 육양을 연기했다. 아이치이 공식 페이지에도 두 배우가 주연으로 올라 있다.
‘불선원앙지선선’은 인간 배우와 AI를 결합했다. 감독이 공개한 제작 영상에는 주연 배우들이 100대 넘는 카메라에 둘러싸여 실제로 연기하는 상황이 담겼다. 배우의 표정과 시선, 움직임을 먼저 확보한 뒤 AI가 카메라워크와 배경, 영상 표현 등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감정 표현과 몸짓 등 연기의 중심은 실제 배우의 것을 쓰고, AI가 촬영을 보조한다.
주목되는 것은 아이치이가 이미 이런 AI 제작을 확대하기 위한 배우 기반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아이치이는 지난 4월 자체 AI 영상 제작 플랫폼 나더우Pro(纳逗Pro)를 공개했는데, AI 연예인 라이브러리 등록자는 117명이나 된다.
여기에는 천저위안(진철원, 29), 쩡순시(증순희, 29), 청레이(승뢰, 32), 자오이보(조일박, 27) 등 중국 드라마 팬들에게 익숙한 인기 스타들도 포함됐다. 이들의 얼굴과 목소리, 연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 분신을 제작해 AI 영상 프로젝트에 활용하는 것이 아이치이의 구상이다.
다만 117명이 모든 AI 작품에 자신의 초상과 목소리를 포괄적으로 허가한 것은 아니다. 아이치이는 배우가 라이브러리에 들어가는 것은 AI 영상 프로젝트를 협의할 의사가 있다는 뜻이며, 실제 출연 여부와 이용 방식은 작품마다 별도로 계약한다고 설명했다. 진철원 역시 특정 AI 영상 작품에 대한 사용 계약을 체결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아이치이가 AI 장편극에 뛰어드는 배경에는 제작비와 제작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 있다. 아이치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궁위는 AI가 영상 제작 비용과 기간, 제작 난도를 낮춰 창작자와 작품 수를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AI 영상이 몇 분짜리 실험작을 넘어 1000분 규모의 시즌제 드라마까지 진입하면서 중국 콘텐츠 업계의 제작 방식도 빠르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배우가 카메라 앞에서 모든 장면을 직접 찍던 기존 방식에서, 실제 연기로 데이터를 구축하고 AI가 화면의 상당 부분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제작 방식이 정착할지 주목된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