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4500만 년 전 화석 X선 분석
기존의 동물 육상 진출 역사 흔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파충류로 알려졌던 3억4500만 년 전 화석에서 아가미의 흔적이 뒤늦게 발견됐다. 육지에 적응한 파충류의 조상으로 생각되던 동물이 실상은 물에서 생활했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척추동물의 육상 진출 과정에도 새로운 해석이 제시됐다.

미국 자연사박물관과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고대 사지동물 웨스트로티아나 리지아이(Westlothiana lizziae)의 재조사 결과를 최근 학술지 네이처에 내놓았다.

웨스트로티아나는 1984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서쪽 이스트커크턴에서 발굴됐다. 약 3억4500만 년 전 석탄기에 서식한 생물로 몸길이는 약 20㎝로 추정됐다. 길쭉한 몸통에 네 다리를 가졌고, 발가락 끝에서 발톱처럼 뾰족한 구조가 파악됐다.

3억4500만 년 전 살았던 웨스트로티아나의 화석, 두 석판 가운데 납작하게 눌린 상태로 보존됐다. <사진=로저 벤슨·미국 자연사박물관>

학자들이 1990년 이 화석을 정식 발표할 당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파충류로 소개됐다. 이후 연구에서는 파충류와 조류, 포유류를 포함하는 양막류의 기원에 가까운 동물로 해석됐다. 양막류는 배아를 보호하는 양막을 갖춰 물에 의존하지 않고 육상에서 번식한 척추동물 집단이다. 웨스트로티아나는 척추동물이 물을 떠나 본격적인 육상생활에 적응한 과정을 설명하는 중요한 표본이었다.

다만 웨스트로티아나가 정확히 어느 계통인지 논쟁이 계속됐다. 화석이 암석 두 장 사이에 납작하게 눌린 상태로 보존돼 내부 골격을 자세히 살펴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은 프랑스의 유럽 싱크로트론 방사광시설(ESRF)을 이용했다. 일반적인 X선보다 강력한 방사광으로 화석 내부를 촬영한 뒤 암석 속에 묻힌 골격을 디지털 화상으로 재구성했다.

그 결과 두개골 안쪽에서 예상하지 못한 구조가 드러났다. 바로 아가미를 지탱하는 뼈였다. 심지어 여기서 혈관이 지나간 흔적까지 확인했다. 단순히 아가미와 비슷한 뼈가 존재한 것이 아니라 살아 있을 당시 실제 호흡에 사용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방사광 X선 분석을 통해 재구성한 웨스트로티아나의 두개골 <사진=로저 벤슨·ESRF>

입안에서는 수천 개나 되는 미세한 이빨 흔적이 확인됐다. 이러한 구조는 웨스트로티아나가 물속에서 먹이를 잡아먹는 생활에 적응했음을 시사했다. 새로운 해부학적 정보를 토대로 진화적 계통을 다시 분석한 연구팀은 웨스트로티아나가 양막류의 친척이 아니라, 현생 양서류와 양막류로 이어지는 계통이 갈라지기 전 분기한 더 오래된 사지동물이라고 봤다.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로저 벤슨 연구원은 "웨스트로티아나는 끝이 굽은 발가락이 달린 네 다리에 아가미까지 가져 물과 육지를 오갔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표본은 척추동물이 물에서 육지로 올라온 뒤 비로소 육상생활에 필요한 신체 구조를 갖춘 것이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웨스트로티아나가 물에 살던 시절부터 체중을 지탱하는 다리와 발톱을 닮은 발가락이 점진적으로 진화했을 수 있다"며 "양서류는 파충류보다 원시적인 동물로 여겨지지만, 파충류의 특징 일부는 두 집단의 공통 조상 단계에서 이미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파충류로 여겨졌던 사지동물 웨스트로티아나의 상상도 <사진=Nobu Tamura의 기존 복원도를 인공지능(챗GPT)로 재구성>

이번 연구는 지난해 호주에서 나온 고대 발자국 화석을 해석하는 데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 발자국 화석에는 발톱 자국으로 보이는 흔적이 포함됐다. 학계는 이를 근거로 양막류의 출현 시기가 기존 추정보다 수천만 년 앞설 가능성을 제시했다.

로저 벤슨 연구원은 "웨스트로티아나처럼 아가미를 가진 원시 사지동물에게도 발톱과 비슷한 구조가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며 "발자국에 발톱 흔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동물이 양막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고생물의 진화사가 다시 작성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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