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윌 스미스(54)가 오스카시상식 도중 아내를 비꼰 코미디언 크리스 록(57)을 때린 것과 관련, 현지에서는 ‘농담이 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오스카는 어떤 폭력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쳐 윌 스미스의 수상 취소 가능성이 고개를 들었다. 

윌 스미스는 28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시어터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시상식에 아내이자 배우 제이다 핀켓 스미스(51)와 나란히 참석,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세계 영화 팬이 지켜보는 행사에서 윌 스미스가 손찌검을 한 계기는 시상자로 나선 크리스 록의 발언이다. 크리스 록은 민머리를 한 제이다 핀켓 스미스를 가리켜 “‘지.아이.제인2’에서 빨리 보고 싶다”고 농담했다. ‘지.아이.제인’은 데미 무어(60)가 삭발 투혼을 불태운 영화다.

제94회 아카데미시상식 도중 크리스 록의 따귀를 때리는 윌 스미스 <사진=오스카(Oscar)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캡처>

직전까지만 해도 미소를 보이던 윌 스미스는 곧장 시상대로 향했다. 크리스 록에 다가가더니 별안간 오른손을 뻗어 뺨을 후려갈기고 자리로 돌아왔다. 당황한 크리스 록은 “한 방 먹이고 가셨다”고 웃었지만 윌 스미스는 “빌어먹을 주둥이로 내 아내 이름 들먹이지 마(Keep my wife’s name out of you fOOOking mouth)”라고 받아쳤다.

깜짝 쇼로 착각했던 참석자와 시청자들은 윌 스미스의 입에서 욕설을 나오자 실제 상황임을 알았다. 생방송 중 휘두른 폭력은 즉각 논란이 됐지만 윌 스미스를 두둔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제이다 핀켓 스미스가 머리를 민 것은 탈모 때문이기에 크리스 록의 발언이 선을 한참 넘었다는 반응이다. 

제이다 핀켓 스미스의 탈모는 제법 오래됐다. 2018년 토크쇼에서 왜 항상 머리에 뭘 쓰느냐는 질문에 그는 “샤워를 하는데 두 손에 빠진 머리가 가득하더라. 내가 대머리가 된다는 공포가 엄습했다”고 답했다. 2021년에는 “더 이상 머리가 빠지는 걸 감추기 어렵다. 이제 사람들이 더 묻지 않도록 아예 머리를 밀었다”고 공언했다.

남편 윌 스미스와 나란히 아카데미시상식에 참석한 제이다 핀켓 스미스(오른쪽). 탈모 때문에 2021년 아예 머리를 밀었다. <사진=오스카(Oscar)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캡처>

2016년 흑인 여성 559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7.6%가 탈모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존스홉킨스의과대학교 조사에서는 미국에서만 약 2100만명의 여성, 65세 이상 여성의 50%가량이 탈모에 시달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흑인 여성들은 모근을 잡아당기는 헤어스타일의 영향으로 견인성 탈모증에 더욱 쉽게 시달린다.

아내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윌 스미스가 탈모를 농담 소재로 쓴 크리스 록에 분노한 건 당연하다는 영화 팬도 많다.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상황을 잘 아는 배우 덴젤 워싱턴(68)은 광고가 나갈 때 윌 스미스 부부에 다가가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배우 브래들리 쿠퍼(47)도 윌 스미스의 어깨를 부여잡고 위로했다. 니콜 키드먼(55)은 제이다 핀켓 스미스의 등을 쓰다듬었다.

윌 스미스의 동정론이 우세한 건 사실이지만 폭력이 정당화될 리는 없다. 시상식 이후 오스카 공식 홈페이지에 “어떤 폭력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성명이 올라오자 윌 스미스의 수상이 취소될 수 있다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윌 스미스는 올해 아카데미상에서 ‘킹 리차드’로 생애 첫 남우주연상을 탔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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