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는 과연 텔레파시(telepathy)의 비밀을 언제쯤 풀 수 있을까. 영화 '엑스맨' 속 찰스 자비에가 구사하는 텔레파시가 실제 존재한다고 인정하는 학계는 여전히 그 과학적인 메커니즘을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  

19세기 말 케임브리지대학교 F.W.H.마이어스 교수가 처음 정의한 텔레파시는 언어나 몸짓, 표정 없이 타인의 마음을 감지하는 능력이다. 국어사전은 '한 사람의 사고, 말, 행동 따위가 멀리 있는 다른 사람에게 전이되는 심령 현상'으로 정의한다. 

현실세계에서 가장 흔한 텔레파시는 꿈에 영향을 주는 ‘드림 텔레파시’다. 말 그대로 어떤 정보를 송신해 잠든 사람의 꿈에 영향을 주는 능력이다. 송신자가 특정 사진이나 영상, 글자를 잠든 이에게 보내 소통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본다.

드림 텔레파시에 관한 실험자 중 미국 브루클린에 꿈 연구센터를 설립한 정신과의사 겸 심리학자 몬태규 울만 박사가 유명하다. 1960년대 중반 뉴욕 마이모니데스의료센터에서 그는 피실험자를 A와 B 그룹으로 나누고 드림 텔레파시 실증에 나섰다.

우선 A그룹에 영화나 예술, 일상을 담은 사진을 보여줬다. 동시에 B그룹은 격리된 방에서 잠을 자도록 했다. 이후 A그룹에 각자가 본 이미지를 생각만으로 B에 전송하게 했다. 박사는 B그룹 피실험자들이 렘수면에 빠지자마자 깨운 뒤 이미지를 확인했다. 그 결과 일부가 실제 사진을 묘사해냈다. 박사는 과학적 실증을 위해 드림 텔레파시 관련 실험을 10여년 계속했다. 

과학자들은 텔레파시로 잠든 사람의 꿈을 조작할 수 있다는 실험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사진=pixabay>

특히 박사는 화가 에드가 드가의 1874년작 ‘발레수업’을 이용한 실험에서 드림 텔레파시의 존재를 확신했다. 그간 보여준 단순한 이미지 대신 구도가 복잡한 드가의 ‘발레교실’을 실험에 동원할 때만 해도 박사는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다만 잠에서 깬 B그룹 피실험자 일부는 “5~6명 정도 있는 교실이 보였다” “학교 같았다” “저와 춤추려는 여자애가 있었다” 등 그림 내용을 제법 상세하게 묘사했다. 

미국 세이브룩대학교 심리학자 스탠리 크리프너(88) 교수도 드림 텔레파시를 연구하는 과학자다. 그는 꿈속에서 발생하는 드림 텔레파시의 효과와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임상적 자료가 다수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크리프너 교수는 1970년 3월 15일 홀리 모들 라운더스(Holy Modal Rounders)라는 포크밴드 콘서트에 모인 관중을 상대로 조금 더 복잡한 텔레파시 실험에 나섰다. 

교수는 콘서트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둥지를 튼 독수리, 하늘을 날아가는 갈매기떼, 피닉스나 그리폰 같은 신화 속 새 이미지를 보여줬다. 이미지들은 홀리 모들 라운더스가 ‘이프 유 원트 투 비 어 버드(If you want to be a bird)’를 연주하는 동안 반복적으로 스크린에 표시됐다. 관중은 귀로는 음악을 듣고 눈으로는 새 사진을 보면서 콘서트장에서 160m 떨어진 피실험자 5명에게 이미지를 전송했다. 이 중에는 미국의 유명 포크송 가수 겸 기타리스트 리치 하벤스도 포함됐다.

엑스맨 대표 캐릭터 찰스 자비에는 강력한 텔레파시를 구사한다. <사진=영화 '엑스맨: 아포칼립스' 스틸>

텔레파시 수신자 중 한 명은 “그리폰과 피닉스 같은 신화와 관련된 새의 인상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리치 하벤스는 “바다 위를 날아가는 수많은 갈매기를 봤다”고 떠올렸다. 

학계는 대표적인 초심리학적 현상인 텔레파시를 오랜 세월 과학적 현상으로 규정하고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적 사고에서 텔레파시의 의미나 꿈에 대한 사고의 영향에 대해 고찰했다. 프로이트에 영향을 받은 칼 융은 텔레파시 가설을 의심하지 않고 믿었다. 이에 관련된 초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적 틀도 고안했다. 미 국방부조차 오래 전부터 텔레파시에 관심을 보였지만 실험 결과물들이 하나같이 그 원리를 완벽하게 설명하지는 못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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