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취가 비슷한 사람들은 의견도 잘 통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다만 현재로서는 동성 사이에서만 이런 현상이 입증됐다.

이스라엘 바이츠만과학연구소는 최근 낸 논문에서 체취의 유전자 구성이 비슷하면 무의식중에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고 전했다.

연구소는 동물들이 서로 체취를 맡으며 어울리는 현상이 인간에게도 적용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에 나섰다.

우선 연구팀은 만나자마자 의기투합했다는 동성 친구 관계의 피실험자 40명(20쌍)을 모집했다. 이후 이들의 체취 샘플을 만든 뒤 무작위로 섞고 전자감지장치 ‘eNose’를 통해 분석했다.

‘eNose’는 각 체취를 맡은 뒤 71.21%의 확률로 어떤 사람들이 서로 죽이 맞는지 예측해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의견이 잘 맞는 친구들의 체취는 그렇지 않은 조합보다 서로 비슷한 경향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아울러 체취가 비슷한 이들은 가치관이나 성격 면에서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추측했다.

사람을 홀리는 냄새(향기)를 소재로 한 영화 '향수' <사진=영화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스틸>

연구팀은 체취가 비슷한 이들끼리 친해지는 이유로 유전자 및 진화를 들었다. 사람이 후각을 통해 유전적 유사성을 알기 위해 무의식의 메커니즘을 가졌다는 의미다.

조사 관계자는 “친구 관계가 그냥 적당한 조합이 아니라 유전적인 닮은 꼴일 수도 있다는 뜻”이라며 “우리는 처음 보는 사람의 게놈을 해석해 친구가 될 수 있을지 판단하지는 않지만 냄새라면 이야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의 체취에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유전자의 구성(특히 면역 관련)이 반영됐을 수 있다. 그래서 자신과 타인의 체취를 비교하면 얼마나 유전자가 비슷할지 추측하게 되고, 유사성에 따라 친밀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전적으로 비슷한 것끼리 친해지도록 진화한 이유에 대해서는 “자신과 닮은 친구를 도와주면 자신과 비슷한 유전자를 남길 수 있는 기회가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후각이 발달한 동물들은 상대 체취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는다. 우리가 아는 것 이상으로 사람 역시 뛰어난 후각을 갖고 있다. <사진=pixabay>

학계에 따르면 인간은 체취만으로 남녀 차이를 구별할 정도로 코가 발달했다. 이성의 경우, 이번 연구와 반대로 체취가 다를수록 서로 끌린다는 실험 결과가 이미 보고됐다.

이에 대해 조사 관계자는 “친구(동료)와 교제 상대는 엄연히 다르다. 냄새가 다른 이성에 끌리는 것은 무의식중에 자신과 다른 유전자의 소유자를 선택, 후손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후각이 대인 관계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전부터 알려졌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후각에 문제가 발생하면 대체로 대인관계에 관련된 고민이 많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특히 대인관계가 서툰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경우 화학적 신호(냄새) 전달이 예사롭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소는 인간의 체취가 품은 불가사의한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해 향후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자신과 비슷한 체취의 소유자를 알아채 친구가 되는 과정에서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우선 살펴볼 예정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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