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아메리카 대륙에 처음 당도한 시기는 못해도 약 2만1000년 전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대인이 죽은 동물을 해체할 때 뼈에 남긴 석기 자국이 결정적인 증거로 제시됐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와 아르헨티나 라플라타국립대학교(UNPL)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22일 이런 내용을 담은 발굴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의 연구 성과는 이달 17일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먼저 소개됐다.
연구팀은 2016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메를로 지역의 레콩키스타 강변에서 발굴된 고대 아르마딜로 네오스클레로칼립투스(Neosclerocalyptus)의 화석을 조사하다 아메리카 대륙에 2만1000년 전 인류가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흔적을 발견했다.
조사에 참여한 CNRS 니콜라스 라스코반 연구원은 "네오스클레로칼립투스는 화석을 발견한 것만도 대단한 일인데, 인간이 고기를 해체할 때 난 칼자국이 남아있었다"며 "당시 인류는 이 거대한 동물을 잡아 고기를 취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발견은 인간이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한 시기가 기존 가설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증거"라며 "학계에서 정설처럼 여겨졌던 아메리카 대륙의 인류 출현설은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이 분석한 화석은 네오스클레로칼립투스의 꼬리뼈 안쪽 미관(caudal tube)이라는 부분이다. 화석을 면밀하게 조사한 연구팀은 뼈에 남은 일부 흉터가 동물의 공격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했다. 연구팀은 이 흔적이 수렵채집인이 원시 석기를 사용해 고기를 해체할 때 낸 것으로 결론 내렸다.
니콜라스 연구원은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및 화석이 나온 강기슭 퇴적물의 지질학적 연구 결과 네오스클레로칼립투스 지금으로부터 약 2만1000년 전 플라이스토세의 개체로 생각된다"며 "당시 아메리카 대륙에 이미 사람이 있었다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역사학자 및 고고학자들은 인류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달한 시기를 약 1만6000년 전이라고 본다. 다만 최근 그보다 훨씬 전에 고대인이 살았음을 시사하는 흔적이 발견되고 있다. 대륙에 인류가 도달한 시기가 최소 3만 년 전이라는 연구가 권위 있는 학술지에 실리기도 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