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동물의 성격과 습관, 추억을 인공지능(AI)이 학습한다. 보호자는 생전 반려동물을 닮은 AI와 대화를 나누거나,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설정의 편지를 받아보고 마음을 놓는다.

죽은 반려동물을 AI 기술로 재현해 상실의 고통을 덜어주는 이른바 펫 그리프 테크(Pet Grief Tech)가 요즘 유행이다. 그리프 테크는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상실감의 회복에 AI와 가상현실(VR), 디지털 플랫폼 등을 활용하는 기술과 서비스를 의미한다.

미국의 카리야드(Karyad)는 반려동물의 습관과 울음소리, 보호자를 반기던 방식 등 생전의 기억을 입력해 AI 페르소나를 만드는 회사다. 보호자는 이를 통해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과 다시 대화하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카리야드 창립자는 13년간 함께한 반려견을 잃고 극심한 상실감을 겪었다. 최근 발달하는 VR과 AI 기술에 눈을 돌려 카리야드 서비스를 고안했다. 또 다른 서비스 투데어온(ToThereOn)은 반려동물이 죽은 뒤 별도의 디지털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설정이다. 보호자가 사진과 성격, 습관, 추억을 입력하면 AI가 반려동물의 캐릭터를 만들고 그곳에서 보내온 것처럼 편지를 작성한다.

펫 그리프 테크는 AI와 VR 등 첨단 기술을 응용해 죽은 반려동물과 다시 소통하게 만들어준다. <사진=pixabay>

투데어온의 가상세계에서는 현실의 3일이 하루와 같이 흐른다. 보호자는 반려동물이 무엇을 하며 지냈는지 편지와 삽화로 확인하고 답장을 보낼 수 있다. 회사는 단순한 추모 페이지가 아닌, 계속 변화하는 디지털 사후세계라고 강조했다. 월 19.99달러(약 3만5000원) 짜리 유료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점점 늘어나는 펫 그리프 테크 서비스는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이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을 잃었을 때만큼 커진 현대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했다. 

아일랜드 메이누스대학교 심리학자 필립 하일랜드 교수는 지난 1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조사 보고서 '반려동물의 죽음 뒤에도 지속성 애도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는 증거(No pets allowed: Evidence that prolonged grief disorder can occur following the death of a pet)'를 내고 영국 성인 975명 중 32.6%가 펫 로스 증후군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사람의 사망을 모두 경험한 응답자의 21%는 반려동물의 죽음을 가장 고통스러운 상실로 꼽았다.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 중 지속성 애도 장애 기준에 해당한 비율은 7.5%였다. 형제자매나 가까운 친구, 배우자를 잃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이가 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언젠가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우울하다. <사진=pixabay>

지속성 애도 장애는 고인에 대한 강한 그리움과 집착,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태가 오래 이어져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질환이다. 현재 국제질병분류와 미국 정신질환 진단 기준은 사람의 죽음으로 인한 경우만 진단 대상으로 인정한다. 하일랜드 교수는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에게도 사람과 사별할 때와 같은 애도 증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죽은 대상이 사람이냐 동물이냐에 따라 슬픔의 심리적 작동 방식이 달라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펫 그리프 테크는 심리학의 지속적 결속 이론(Continuing Bonds Theory)과 맞닿아 있다. 심리학자 데니스 클래스, 필리스 실버먼, 스티븐 닉먼이 1996년 제시한 이 이론은 건강한 애도를 위해 고인과 정서적 유대를 끊거나 완전히 떠나보낼 것은 아니라고 봤다. 대신 고인과 내면적 관계를 상황에 맞게 바꾸면서 유지하는 것이 상실을 받아들이고 애도하는 정상적이고 유익한 방식이라고 역설했다.

이 이론은 현대인의 애도 방법을 많이 바꿨다. 죽은 이의 물건을 죄다 태우던 이전과 달리, 사진과 유품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기념일에 추모한다. AI와 대화 역시 관계를 다른 형태로 이어가는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지속적 결속이 언제나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이론을 분석한 선행연구 일부에서 개인의 상황이나 심리 상태에 따라 오히려 고통이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펫 로스 증후군이 가져오는 슬픔의 강도는 사람을 잃은 것과 다르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적잖다. <사진=pixabay>

펫 그리프 테크는 단순히 추억을 정리하는 수준을 넘어 죽은 반려동물의 말투와 감정을 흉내 낸다. AI가 생성한 답변은 실제 반려동물의 생각이나 메시지가 아니라, 보호자가 입력한 정보와 개발자가 설계한 알고리즘에 따른 결과다. 보호자가 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일시적인 위로나 추모 도구로 사용한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AI를 살아 있는 존재처럼 받아들이거나 대화를 중단하지 못하면 죽음을 수용하는 과정이 지연될 수 있다.

감정적으로 취약한 이용자를 대상으로 구독료를 받는 사업 구조도 논란이다. AI와 관계가 깊어질수록 더 비싼 요금제와 많은 기능을 구매하게 만드는 방식은 슬픔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려동물의 사진과 영상, 생활 습관 같은 민감한 자료가 어디에 저장되고 학습에 어떻게 활용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운영사가 바뀔 경우 보호자가 두 번째 상실을 경험할 가능성도 있다.

펫 그리프 테크가 주는 경험이 슬픔을 견디게 할지, 현실의 이별을 회피하는 벽이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반려동물을 잃은 고통이 가볍지 않으며, AI 서비스는 보호자가 결국 현실의 삶으로 돌아오도록 돕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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