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을 광속의 약 8% 수준으로 도는 기묘한 별이 발견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우리은하 별 가운데 가장 빠른 천체로, 블랙홀의 자전까지 직접 측정할 중요한 열쇠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독일 막스플랑크 외계물리학연구소(MPE)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유럽남천천문대(ESO) 등 국제 연구팀은 우리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 A*(Sgr A*)를 약 8.7년에 한 번 도는 별 S301을 발견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이번 성과는 이달 19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먼저 소개됐다.
S301의 가장 큰 특징은 엄청난 속도다. 블랙홀에 가장 가까워지는 순간 초속 약 2만5000~2만5600㎞까지 가속한다. 빛의 속도의 8.3~8.5% 수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1초 만에 지구 지름의 두 배 가까운 거리를 이동한다. S301은 지금까지 알려진 우리은하 별 중 최고속 기록을 갈아치웠다.
속도 못지않게 놀라운 것은 궤도다. S301의 궤도 이심률은 약 0.98로 극단적인 타원형이다. 블랙홀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가 순식간에 안쪽으로 파고든 뒤 급격히 방향을 바꿔 다시 멀어진다.
가장 가까워질 때 S301과 궁수자리 A* 사이의 거리는 지구와 태양 거리의 약 12배다. 태양과 토성 사이 거리와 비슷하다. 블랙홀의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으로 따지면 불과 약 140배 거리로, 기존에 유명했던 별 S2보다 약 10배 가까이 블랙홀에 접근한다.
그럼에도 S301은 블랙홀이 삼키거나 강력한 조석력에 찢어지지 않는다. 연구팀은 이 별이 태양보다 조금 무거운 F형 주계열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반지름은 태양의 1.4~1.6배 수준으로, 거대한 적색거성과 달리 현재 궤도에서 조석 파괴를 견딜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CNRS 카림 압드 엘 다옘 연구원은 “S301은 워낙 어두워 발견이 쉽지 않았다. 지구에서 보이는 밝기는 오리온자리의 밝은 별 베텔기우스의 약 20억 분의 1에 불과하다”며 “칠레 파라날천문대의 초대형망원경 간섭계(VLTI)와 GRAVITY 장비를 이용해 2023년 봄 처음 별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4년과 2025년 관측을 이어가며 궤도를 계산했고, 과거 자료를 다시 뒤져 2017년과 2021년 기록에서도 S301을 찾아냈다”며 “이 기묘한 별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궁수자리 A*의 자전을 직접 확인할 가능성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회전하는 블랙홀은 주변의 시공간까지 끌고 돌린다. 이른바 렌즈-티링 효과(lense-thirring effect) 또는 프레임 드래깅이다. 다만 이 효과는 블랙홀에서 멀어질수록 급격히 약해져 주변 별의 움직임만으로 측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S301은 상황이 다르다. 지금까지 발견된 별 가운데 궁수자리 A*에 가장 깊숙이 접근하기 때문에 블랙홀의 자전이 궤도에 남기는 미세한 흔적을 잡아낼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이 계산한 바로는 궁수자리 A*의 질량이 일으키는 상대론적 궤도 세차로 S301의 타원 궤도는 한 바퀴 공전할 때마다 방향이 약 1.9~2°씩 돌아간다. 여기에 블랙홀의 자전이 만드는 훨씬 작은 추가 변화도 겹친다.
연구팀은 향후 약 10년 동안 S301을 정밀 추적하면 궁수자리 A*의 자전 속도와 회전축 방향을 별의 움직임만으로 직접 측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특히 S301이 다시 블랙홀에 가장 가까워지는 2031년이 중요한 관측 기회라고 특정했다.
카림 압드 엘 다옘 연구원은 “S301이 어떻게 이토록 기묘한 궤도를 갖게 됐는지도 관심거리”라며 “이 별이 애초 다른 별과 가까이 붙어 도는 쌍성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연구원은 “쌍성이 궁수자리 A*에 접근했다 강력한 중력에 의해 갈라지는 힐스 메커니즘(hills mechanism)이 일어나 한 별은 바깥으로 튕겨나가고, 다른 하나가 블랙홀에 붙잡혔을 것”이라며 “이 생각이 맞는다면, S301의 극단적으로 찌그러진 궤도도 설명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S301과 비슷한 희미한 별들이 궁수자리 A* 주변에 더 숨어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찾기 어려웠을 뿐 이런 별들이 추가로 발견된다면, 우리은하 중심 블랙홀의 질량과 자전은 물론 극한 중력장에서 시공간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검증할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기사 말미의 동영상 '블랙홀 자전이 S301 궤도에 미치는 영향(Effect of a spinning black hole on the orbit of the S301 star)'은 슈바르츠실트 세차와 렌즈-티링 효과를 보여준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