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중국 숏드라마 시장의 제작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카메라도, 촬영장도, 실제 배우도 필요 없는 AI 작품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실사 제작 현장이 위축되고 배우들 출연료도 급락했다.

중국네트워크시청각협회가 지난 4월 발표한 ‘2026년 1분기 마이크로 숏드라마 창작 지침’에 따르면 올해 1~3월 중국에서 공개된 숏드라마는 약 12만8000편이다. 이 가운데 AI 숏드라마는 약 12만2000편으로 95%를 넘어섰다. 2025년 공개된 숏드라마가 약 3만3000편인 것을 고려하면, 1분기 공급량이 전년 전체의 약 4배까지 불어났다.

AI 작품이 제작사를 끌어당기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과 시간이다. 중국신문주간이 현지 제작사를 취재한 결과, 일반적인 실사 숏드라마 한 편에는 60만~100만 위안(약 1억2600만~2억1000만원)이 들고 촬영과 편집에 한 달 이상 필요하다. 같은 규모의 AI 작품은 8만~10만 위안(약 1680만~2100만원)이면 제작할 수 있다. 기간도 10~15일로 대폭 단축된다.

AI로 숏드라마를 찍어내는 시대가 오면서 배우들의 출연료가 확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비용 절감 경쟁은 극단적으로 흐르고 있다. 중국신문주간에 따르면 한 제작사는 60부작 AI 숏드라마의 제작비를 당초 8만 위안에서 2만 위안(약 420만원)까지 낮췄다. 일부 작업팀은 월 7편을 생산하며, 제작 공정 대부분을 AI 에이전트에 맡겨 작품 한 편을 하루 만에 완성했다.

제작비가 줄어든 만큼 실제 배우들의 일자리와 출연료도 빠르게 쪼그라들었다. 중국 봉면신문은 숏드라마 배우 허린샤오(하임소)의 출연료가 지난해까지 하루 1500~2000위안(약 32만~42만원)이었지만, 올해 500~800위안(약 10만5000~16만8000원)으로 줄었다고 최근 보도했다. 하임소의 월수입은 3만 위안(약 630만원)에서 1만 위안(약 210만원) 미만으로 감소했다.

단역 배우의 사정은 더욱 나쁘다. 과거 하루 800위안 이상 받던 단역 배우 모집 공고에 300위안(약 6만3000원)이 제시되는가 하면, 일부 숏드라마 단역은 하루 200위안(약 4만2000원)까지 몸값이 내려갔다. 배우가 거절해도 대체할 지원자가 넘쳐난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AI를 활용한 숏드 제작은 기존 실사 드라마 제작에 비해 시간, 비용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출연 기회가 줄자 자신의 얼굴을 AI 배우로 빌려주는 새로운 생계 방식도 등장했다. 배우가 약 10분 동안 얼굴을 촬영하면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캐릭터가 만들어지고, 제작사는 작품별로 초상 사용권을 구매한다. 현지 플랫폼에서 책정된 가격은 건당 500위안(약 10만5000원)부터다. 배우가 촬영장에 나가지 않고 ‘디지털 분신’이 대신 연기하는 구조다.

배우들에게는 새로운 수입원이지만 초상권 침해 우려도 크다. 자신의 얼굴이 계약과 다른 작품이나 불법 콘텐츠에 사용될 까 무서워 디지털 배우 등록을 거부하는 이들도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유명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를 도용한 AI 숏드라마가 잇따르면서 법적 분쟁이 잦다. 대표적인 인물이 덩웨이(등위, 31)와 장징이(장정의, 26), 이양첸시(이양천새, 25)다.

실사 숏드라마의 위기를 AI만의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주요 플랫폼이 올해 초 제작사에 제공하던 편당 20만~35만 위안(약 4200만~7360만원)의 최저 보장금을 축소하면서 실사 프로젝트가 대거 중단됐다. 안전판이 사라지자 제작사들이 비용 부담이 작은 AI 작품으로 급속히 옮겨가는 추세다. 

AI 드라마 제작은 부작용도 많다. 장정의(사진) 같은 배우는 AI 드라마 제작자들이 초상권을 침해하자 법적 대응에 나섰다. <사진=동신미래 공식 웨이보>

장편 드라마 배우들의 몸값 하락 역시 AI가 등장하기 전부터 시작됐다. 중국 국가광전총국은 2018년 온·오프라인 드라마의 전체 배우 출연료를 총제작비의 40% 이하로 제한했다. 주연 배우가 가져가는 금액도 전체 배우 출연료의 70%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스타들의 출연료를 낮추려는 정책과 플랫폼 투자 축소에 최근 AI 충격까지 더해진 것이다.

다만 AI가 공급량을 장악했다고 시청자의 선택까지 독점한 것은 아니다. 중국네트워크시청각협회에 따르면 올해 춘제 기간 공개된 실사 숏드라마는 AI 작품의 약 50분의 1에 불과했지만, 전체 재생량은 오히려 25배 많았다. 실제 배우의 감정과 표현력이 아직은 흥행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AI는 현재 중국 숏드라마 시장에서 중간급과 단역 배우들의 일자리를 줄이고 있고, 유명 배우들의 우려도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제작사가 배우 없이도 하루 만에 작품을 찍어낼 수 있는 시대, 실제 배우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AI가 흉내 내기 어려운 표정과 감정, 연기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김한별 기자 hkstar@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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