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 중심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초대질량 블랙홀이 은하 가장자리에서 처음 포착됐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관측 활동의 성과다. 학계는 이번 발견이 그동안 가설에 머물렀던 떠돌이 블랙홀의 존재를 뒷받침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27일 공식 채널을 통해 지구에서 고래자리 방향으로 약 7억5000만 광년 떨어진 은하 WISEA J014656.04-152214.7에서 태양 질량의 약 100만 배에 달하는 초대질량 블랙홀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블랙홀과 은하 중심의 거리는 약 3만 광년에 달했다. 이번 관측은 NASA와 미국 메릴랜드대학교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지금까지 천문학계는 대부분의 대형 은하 중심에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우리은하 중심에도 질량이 태양의 약 430만 배인 궁수자리 A*(Sagittarius A*)가 자리한다. 다만 이번 블랙홀은 은하 중심이 아니라 가장자리에서 파악됐다.

고래자리 방향으로 약 7억5000만 광년 떨어진 은하 WISEA J014656.04-152214.7. 검은 십자는 은하의 중심, 하늘색 원은 조석파괴현상이 일어난 위치를 각각 나타낸다. 2025년 11월 섬광이 나타나기 전후를 교차한 애니메이션이다. <사진=로버트 스타인>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로버트 스타인 박사는 “이 초대질량 블랙홀은 원래 은하 중심에서 태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위치는 은하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며 “블랙홀은 평소 빛을 내지 않아 직접 관측이 어려워 별이 블랙홀의 강한 중력에 찢기는 조석파괴현상(TDE)을 검출하는 AI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TDE는 별이 블랙홀에 너무 가까이 접근할 때 중력 차이로 산산조각 난 뒤, 잔해가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며 강렬한 빛을 내는 현상이다. 한 은하에서 약 10만 년에 한 번 일어날 정도로 드문 천문 이벤트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가 운용하는 팔로마 천문대의 광역 천체 관측 장비 츠비키 트랜션트 퍼실리티(ZTF)가 매일 수십만 건씩 기록하는 천체의 밝기 변화 데이터를 AI에 주입했다. AI는 TDE 특유의 광도 변화를 자동으로 식별했고, 가동 약 3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WISEA J014656.04-152214.7 은하 가장자리에서 수상한 섬광을 찾아냈다.

연구팀은 칠레 SOAR 망원경을 이용, 섬광의 스펙트럼에서 수소와 헬륨 방출선을 검출했다. NASA는 스위프트 우주망원경을 통해 약 3만℃에 이르는 자외선 복사를 추가 관측했다. 섬광이 가장 밝을 때의 광도는 태양 약 100억 개에 해당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로버트 스타인 박사는 “우리는 이번 현상을 TDE 2025abcr로 명명했다. 은하 가장자리에서 확인된 최초의 TDE인 점에 의미가 있다”며 “향후 과제는 이 블랙홀의 기원과 은하 중심에서 떨어지게 된 원인을 알아내는 것”이라고 전했다.

블랙홀에 의한 조석파괴현상을 보여주는 아티스트의 상상도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이 제시한 가능성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작은 은하가 큰 은하에 흡수되는 과정에서 중심부 블랙홀만 남았다는 시나리오다. 다른 하나는 은하 합병 과정에서 세 개의 블랙홀이 중력에 의해 상호작용하면서 가장 가벼운 블랙홀이 튕겨 나왔다는 이른바 중력 슬링샷(gravitational slingshot, 스윙바이) 가설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같은 AI 탐색 기법을 2025년 6월 본격 운영을 시작한 칠레 베라 루빈 천문대 데이터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앞으로 매년 수십~수백 개의 떠돌이 초대질량 블랙홀을 추가로 발견할 것으로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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