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에 초소형 전자장치를 부착해 재난현장을 탐색하는 사이보그 곤충이 물에서도 활동하는 시대가 됐다. 곤충에 산소를 공급하는 초소형 잠수 장비가 개발되면서 홍수나 침수현장까지 탐색 범위를 넓힐 가능성이 열렸다.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 사토 히로타카 교수 연구팀은 7일 실험 보고서를 내고 마다가스카르바퀴가 물속에서 호흡하며 이동하게 해주는 소형 잠수 장비를 소개했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지난달 29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먼저 실렸다.
사이보그 곤충 기술은 살아있는 벌레에 소형 전자장치를 부착하고 약한 전기 신호를 보내 행동을 제어한다. 곤충 자체의 근육과 대사 작용을 동력으로 이용해 배터리로 움직이는 초소형 로봇보다 적은 전력으로 오래 활동한다.
작은 몸집을 이용해 무너진 건물의 잔해나 좁은 틈으로 들어가는 것도 사이보그 곤충의 장점이다. 등에 카메라와 적외선 센서를 장착하면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생존자의 움직임이나 체온, 이산화탄소를 감지할 수 있다.
지상의 사이보그 곤충 기술은 꽤 발달한 상황이다. 난양공과대학교 연구팀이 개발한 사이보그 곤충은 지난해 3월 28일 발생한 미얀마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 들어가 생존자 수색 가능성을 시험했다. 일본 오사카대학교와 인도네시아 디포네고로대학교도 지난해 사이보그 바퀴벌레의 장애물 통과 실험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수중이다. 사이보그 곤충은 생물이기에 산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연구에 주로 이용되는 마다가스카르바퀴는 몸 측면의 작은 기문을 통해 공기를 받아들인다. 산소는 기문과 연결된 기관을 따라 몸 전체의 조직으로 전달된다. 곤충이 물에 잠기면 이러한 호흡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다. 연구팀의 실험에서 별도의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마다가스카르바퀴는 물에 들어간 뒤 약 2분 만에 움직임이 멈췄다.
연구팀은 곤충이 물에서도 산소를 공급받을 소형 잠수 장비를 제작했다. 산소를 만드는 소형 탱크를 곤충의 몸을 감싸는 방수 외피에 넣고, 산소를 기문까지 전달하는 실리콘 튜브 4개도 마련했다. 탱크는 인간의 잠수 장비처럼 압축한 산소를 저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필요할 때 화학반응을 통해 산소를 만들도록 설계했다.
탱크 내부에는 과산화수소와 이산화망간이 들어간다. 이산화망간이 촉매 역할을 하면서 과산화수소의 분해를 촉진하면 물과 산소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생성된 산소는 실리콘 튜브를 통해 곤충의 기문으로 전달된다. 소형 탱크는 투명한 수지를 이용해 3D 프린터로 제작했다. 장비는 실험이 끝난 뒤 곤충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제거 가능하게 만들었다.
잠수 장비를 착용한 마다가스카르바퀴는 수심 50㎝에서 최대 3시간 활동했다. 이동 능력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육상에서 초당 87.5㎜를 이동한 마다가스카르바퀴는 물속에서 초당 78.4㎜의 속도를 냈다. 실험에 사용된 마다가스카르바퀴 5마리는 장비를 제거한 뒤 3일이 지나도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사이보그 곤충의 활동 범위를 크게 넓혔다고 자평했다. 사토 히로타카 교수는 "침수된 건물 잔해와 배수관, 터널 등 기존 로봇이나 구조대원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 생존자를 찾거나 기반시설을 점검하는 데 활용 가능할 것"이라며 "바퀴벌레뿐 아니라 메뚜기, 딱정벌레 등 많은 곤충이 기문을 이용해 호흡하기 때문에 장비의 구조를 조정하면 다양한 종류의 사이보그 곤충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이 기술의 활용 범위는 지구 밖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필요한 산소를 현장에서 만들어 공급하는 시스템이 완성된다면, 화성과 같은 극한 환경에서 곤충 탐사 기술을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