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초기 우주에서 발견한 수수께끼의 붉은 천체가 블랙홀 질량 계산법에 의문을 던졌다. 블랙홀을 둘러싼 고밀도 가스가 빛을 산란하면서 실제보다 훨씬 무거운 것처럼 보이게 만들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로한 나이두 박사 연구팀은 빅뱅 약 6억6000만 년 뒤 초기 우주에서 포착한 천체 MoM-BH*-1의 관측 보고서 '우주 여명기의 가스에 둘러싸여 붉어진 블랙홀(A gas-enshrouded and gas-reddened black hole at cosmic dawn)을 12일 공개했다.
MoM-BH*-1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관측 영상에서 유난히 밝고 붉은 점으로 나타났다. 2022년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데뷔 이래 초기 우주에서 자주 발견되는 이런 기묘한 천체를 학자들은 리틀 레드 닷(LRD)이라고 명명했다.
그간 상당수의 LRD에서는 블랙홀이 물질을 흡수할 때 나타나는 넓은 수소 방출선이 확인됐다. 학자들은 이런 선의 폭으로 블랙홀 주변 가스의 운동 속도를 추정햇고, 이를 토대로 블랙홀 질량을 계산해왔다.
문제는 이 방식으로 뽑아낸 초기 우주의 블랙홀들이 지나치게 무거웠다는 점이다. 자신이 속한 은하에 비해 블랙홀의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큰 사례도 적잖았다. 블랙홀이 우주 탄생 후 수억 년 만에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성장하는지 학자들은 의문을 품었다.
로한 나이두 박사는 "MoM-BH*-1은 일련의 문제들을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게 했다"며 "이 천체는 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강한 발머 단절(빛의 강도가 특정 파장에서 크게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붉은색의 원인은 수소와 헬륨으로 이뤄진 매우 조밀한 가스층을 둘렀다고 가정한 모델과 대체로 들어맞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블랙홀에서 나온 에너지가 거대한 고밀도 수소층을 통과하면서 별의 표면에서 나오는 것과 비슷한 빛으로 바뀌는 구조를 떠올렸다"며 "핵융합으로 빛나는 일반적인 별과 달리 블랙홀이 에너지원이고 주변 가스가 일종의 가짜 별 표면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런 천체를 블랙홀 별(black hole star)이라고 칭했다. 연구팀 생각이 맞는다면 블랙홀 질량 계산에 문제가 생긴다. 기존에는 넓게 퍼진 수소 방출선을 블랙홀 주변 가스가 매우 빠르게 움직인 결과라고 해석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고밀도 가스 속에서 빛이 반복적으로 산란하면서 수소 방출선의 폭이 커졌을 가능성이 제시됐다.
넓은 선폭을 그대로 가스의 속도로 환산해 계산한 블랙홀 질량은 실제보다 크게 나올 수 있다. 이는 올해 1월 발표된 다른 LRD 연구와도 연결된다. 코펜하겐대학교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여러 초기 우주 블랙홀의 넓은 수소선 상당 부분이 전자의 산란으로 부풀려졌을 가능성을 주장했다. 당시 연구팀이 산란 효과를 제거해 다시 계산한 블랙홀의 질량은 기존 추정치보다 최대 약 100분의 1까지 줄었다.
로한 나이두 박사는 "MoM-BH*-1은 이 가설을 시험하기 좋은 천체"라며 "주변 은하의 별빛보다 블랙홀에서 나온 빛이 훨씬 강해 일반적인 LRD보다 중심 구조를 비교적 깨끗하게 관측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박사는 "우리 분석이 맞는다면 LRD를 둘러싼 두 가지 수수께끼가 동시에 풀릴 가능성이 있다"며 "이들이 붉은 이유는 먼지가 아니라 블랙홀을 감싼 고밀도 가스일 수 있고, 초기 우주에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한 블랙홀이 넘쳐나는 의문 역시 관측 방식에서 비롯된 착시였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계가 주목한 블랙홀 별은 아직 확정된 새로운 천체 분류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발견한 수많은 LRD를 바라보는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초기 우주의 블랙홀이 지나치게 빨리 성장한 것이 아니라, 블랙홀을 감싼 가스가 그 형상과 질량을 부풀렸을 가능성에 학자들 시선이 모였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