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의 암흑물질을 찾기 위해 거대한 실험장치를 만드는 대신, 지구 자체를 이용하는 방법이 제안됐다. 10년치 지구 자기장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기존 지상 실험을 뛰어넘는 탐색 감도가 확인됐다.

일본 교토대학교 기초물리학연구소와 히로시마대학교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지구 자기장과 전리층을 이용해 초경량 암흑물질을 찾는 일련의 연구 성과를 7일 공개했다.

암흑물질은 우주 전체 에너지의 약 27%로 추정되지만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별이나 가스처럼 빛을 내거나 반사하지 않아 직접 볼 수 없고, 지금까지 중력 효과를 통해 존재가 추정돼 왔다. 유력한 후보로 가설적 입자 액시온과 다크포톤이 거론될 뿐이다.

아직 정체가 불분명한 암흑물질. 사진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육분의자리 방향 일명 코스모스 필드의 암흑물질 분포도 일부 <사진=MIT·더럼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전자보다 극히 가벼운 초경량 암흑물질이다. 이런 입자가 지구를 통과하며 자기장 등과 상호작용하면 매우 낮은 주파수의 전자기 신호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신호가 너무 약하다는 것인데, 기존 액시온 탐색에서는 강력한 자석을 설치해 입자와 전자기장의 상호작용을 잡아내려는 방식이 시도됐지만 제작 가능한 자기장과 실험 공간의 규모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여기서 발상을 뒤집었다. 지구에는 이미 행성 전체를 둘러싼 자기장이 존재한다. 지표면과 전리층 사이의 거대한 공간은 전자기파가 갇혀 울리는 천연 공진기 역할을 한다. 번개가 칠 때 발생한 전자기파가 지구와 전리층 사이를 돌며 특정 주파수에서 증폭되는 슈만 공명도 같은 원리다.

교토대 노무라 키미히로 교수는 "특정 질량의 액시온이나 다크포톤이 만든 미세한 신호 역시 이 공간에서 공명해 커질 수 있다"며 "특히 약 0.00000000000003eV의 초경량 액시온일 때 신호 증폭이 두드러졌다"고 전했다. 이어 "대기의 전기전도도까지 반영한 계산법을 개발해 탐색 가능한 영역을 약 0.3~30Hz의 극저주파 대역까지 확장했다"며 "이렇게 되면 지구는 단순히 암흑물질이 지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약한 신호를 키워주는 증폭기 역할도 한다"로 설명했다.

암흑물질을 검출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들여 시설을 짓기보다, 지구 전체를 이용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연구팀은 영국지질조사소(BGS)가 스코틀랜드 에스크데일뮤어 관측소에서 2012년 9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측정한 지구 자기장 자료를 이용해 실험에 나섰다. 약 10년간 축적된 데이터를 들여다보며 장기간 일정하게 나타나는 극저주파 신호를 추적했다.

결과는 예상보다 민감했다. 액시온 분석에서 인공적인 주파수로 의심되는 신호 등을 제거한 뒤에도 신호대잡음비 3 이상인 지속적 후보 65개가 남았다. 수많은 주파수를 동시에 조사한 데 따른 통계 효과까지 고려해 기준을 높여도 25개가 남았다. 다만 연구팀은 추가 정보가 부족해 이 신호들의 원인을 더 이상 판별하지는 못했다.

영국 스코틀랜드 에스크데일뮤어 관측소. 연구팀은 이곳에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축적된 지구 자기장 데이터를 분석해 초경량 암흑물질 후보 신호를 추적했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다크포톤 탐색에서도 암흑물질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복수의 신호가 확인됐다. 물론 이것도 암흑물질의 발견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구에서 벌어지는 자연적 현상이나 인간 활동에서 비롯된 잡음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신호의 정체를 밝히려면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이번에 제안된 방법은 거대한 새 시설을 짓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세계 각지에 축적된 지구 자기장 관측 자료가 암흑물질 탐색에 활용될 수 있다. 연구팀이 생각하는 다음 단계는 여러 지역의 관측 자료를 동시에 비교하는 것이다. 액시온 신호는 지구 자기장의 방향과 세기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관측 장소에 따라 특징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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