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 사람처럼 주로 쓰는 발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쪽 손을 즐겨 사용하는 것은 인간 고유의 특성으로 여겨졌지만 거듭된 연구에서 다른 동물도 같은 경향을 보인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영국 벨파스트퀸스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논문을 내고 개들도 사람처럼 왼발 또는 오른발잡이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특정 발을 사용하는 것이 사람과 개를 포함해 거의 모든 포유류의 공통된 특징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인간의 경우 90% 정도가 오른손잡이다. 지구촌 전체 인구의 10%가량만 왼손잡이고, 양손잡이는 극히 드물다고 알려졌다.

연구팀은 개가 일상에서 주로 쓰는 발(앞발에 한함)을 특정하기 위해 실험을 기획했다. 장난감이나 용기 안에 든 사료, 몸에 붙은 접착테이프, 늘 덮는 담요를 어떻게 다루는지 살폈다. 계단을 내려갈 때 먼저 내딛는 발과 사람에게 내미는 발이 어느 쪽인지도 관찰했다.

개도 사람처럼 즐겨 쓰는 앞발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그 결과 개들은 기본적으로 양쪽 발을 고르게 썼다. 다만 사람의 오른손잡이 또는 왼손잡이처럼 선호하는 발은 있었다. 즉 개는 평생 양 발을 균일하게 사용하나, 상황에 따라 쓰는 발은 분명하게 다르다.

조사 관계자는 "공 같은 장난감을 다룰 때 개들은 양쪽 앞발을 다 동원하지만 사람이 교육을 목적으로 손을 내밀고 기다릴 때 개에 따라 오른발 또는 왼발 중 하나만 주로 사용했다"며 "한쪽 발을 써야 할 상황에서 암컷은 오른발, 수컷은 왼발을 선호하는 경향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개 암컷이 오른발을, 수컷이 왼발을 사용한다는 연구 결과는 전에도 나왔다. 이런 성차는 고양이에게서도 나타난다. 수컷과 암컷이 즐겨 사용하는 다리가 다른 이유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호르몬과 뇌의 해부학적 구조 차이가 원인으로 꼽힌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개의 왼쪽 뇌(몸의 오른쪽을 제어하는 쪽)는 긍정적인 감정 처리에 더 관여한다고 알려졌다. 몸의 왼쪽을 제어하는 우뇌의 경우 공포와 불안 같은 부정적 감정과 관련돼 있다. 

개가 어느 쪽 앞발을 주로 사용하는지, 어느 쪽으로 꼬리를 흔드는지 알면 감정 상태를 가늠할 수 있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개들이 한쪽 다리를 즐겨 사용하는 원인을 알아내려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다만 발의 사용 패턴에 따라 동물의 기분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연구가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반려견이 어느 다리를 자주 쓰는지 관찰하는 것이 사람 입장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사 관계자는 "왼발을 쓰는 개는 오른발 또는 양발을 사용하는 개보다 비관적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인내심과 배려가 중요한 안내견이 선호하는 발이 어느 쪽인지 평가받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평소 오른발을 쓰던 반려견이 왼발을 사용한다면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고 볼 수 있다"며 "동물의 상태와 감정을 파악하려 노력하는 것은 동물복지 관점에서 유의미하다"고 덧붙였다.

참고로 개가 꼬리를 치는 방향 역시 발과 마찬가지로 각기 다른 감정 상태를 보여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개는 보통 주인을 보면 꼬리를 왼쪽으로 흔들며, 이는 좋은 감정이 강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반대로 낯선 사람이나 자신보다 강해 보이는 개를 보면 오른쪽으로 꼬리를 흔들어 나쁜 감정을 드러낸다고 알려졌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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