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훼손 논란으로 팬들의 반발을 산 디즈니 실사 영화 '인어공주'가 예상대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관객은 개봉 첫날 전국 5만도 넘지 못했고 포털 사이트 평점은 10점 만점에 2점 대에 머물렀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4일 개봉한 영화 '인어공주'는 25일까지 전국 관객 약 7만4000명을 동원했다. 개봉일 스코어가 약 4만6000명으로 5만도 되지 않았는데, 이틀째는 약 2만8000명으로 그마저 반 토막이 났다.

예매율이 좋은 것도 아니다. 부처님 오신 날 연휴가 시작되는 26일 오후 기준 '인어공주'의 예매율은 13.5%로 전체 2위다. 11.9%로 3위를 기록한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가 벌써 개봉 3주 차를 바라보는 점에서 김이 빠질 수밖에 없다. '범죄도시3(예매율 51.4%)'가 31일 개봉하면 '인어공주'의 스코어는 더 떨어질 전망이다.

실사판 '인어공주'의 에리얼. 할리 베일리가 기용되고부터 원작 훼손 논란이 뜨거웠다.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애니메이션, 그것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인어공주'가 이런 성적을 받은 원인으로는 역시 원작 훼손 논란이 꼽힌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 영화 평점란에는 원작을 건드린 데 대한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평점도 형편없다. 그나마 네이버가 6.78점(10점 만점)이고, 다음은 2.3점으로 처참하다. 

이런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원작을 잘못 건드린 영화는 늘 팬들의 혹독한 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실사판 '인어공주'는 제작 발표 단계만 해도 대단한 관심을 얻었다.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 그간 선을 보인 디즈니 작품들이 모두 호평을 받았기에 팬들이 거는 기대가 컸다.

다만 주인공 에리얼이 할리 베일리(23)라는 공지가 나고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바다의 왕 트라이튼의 막내딸이자 귀엽고 사랑스러운 에리얼을 흑인 가수 겸 배우 할리 베일리에 맡긴 건 납득할 수 없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디즈니 '백설공주'에 캐스팅된 레이첼 지글러 <사진=레이첼 지글러 인스타그램>

팬들의 볼멘소리에 디즈니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취지의 캐스팅"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디즈니는 2021년 6월 실사판 '백설공주' 주인공으로 콜롬비아계 스타 레이첼 지글러(22)를 발탁했다. 원작에 '눈처럼 하얀 피부'로 묘사된 백설공주에 남미 배우를 기용했다는 반발에도 디즈니는 다양성을 이유로 내세웠다.

다양성의 존중은 많은 영화팬이 지지하는 바다. 다만 디즈니의 방향성은 한참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다. '인어공주' 캐스팅 논란은 물론, 계열사 마블 영화에 동성애자 히어로를 끼워 넣고 아이들이 보는 픽사 '버즈 라이트이어'에 동성 키스신을 고집한 것을 다양성 존중으로 보기는 무리다. 오히려 "우리가 만들면 봐라"는 오만함으로 비칠 수 있다.

할리 베일리는 최근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검은 피부의 에리얼을 봤다면 제 삶이 변화했을 것"이라고 했다. 검은 에리얼을 본 영화 팬들로서는 디즈니에 대한 생각이 확고하게 바뀐 것을 주인공은 모르는 것 같다. 상업 영화는 전적으로 팬들을 위해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인어공주'는 참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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