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덩이 우주쓰레기를 막기 위해 달걀껍데기 구조를 본뜬 새로운 소재가 고안됐다. 폐인공위성을 직접 제거하거나 우주쓰레기 발생 자체를 줄이려는 기존 대책과 달리, 우주선의 방어력을 높여 충돌 피해를 완화하는 방식이라 주목된다.

중국 다롄이공대학교 왕위신 박사 연구팀은 물을 채운 알루미늄 달걀 모양 구조물을 배열한 우주선용 방호재를 개발했다고 8일 발표했다. 이번 성과는 같은 날 국제 학술지 Journal of Applied Physics에 소개됐다.

연구팀이 달걀에 주목한 것은 자연에서 진화한 생체 구조가 외부 충격을 효율적으로 흡수·분산하기 때문이다. 달걀 하나는 특정 지점에 힘이 집중되면 쉽게 깨지지만, 같은 구조물을 여럿 배열하면 각각이 차례로 변형되면서 충격 에너지를 넓은 영역으로 퍼뜨릴 수 있다.

물을 채운 알루미늄 달걀껍데기 배열형 메타구조의 3D 이미지. 알루미늄판 위에 달걀껍데기 형태의 구조물을 배열했다. 구조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달걀 위를 덮는 두 번째 알루미늄판은 그림에서 제외했다. <사진=왕위신>

연구팀은 높이 약 12㎜의 달걀 모양 알루미늄 구조물 안에 물을 채우고, 이를 두 알루미늄판 사이에 배치했다. 달걀의 뾰족한 부분이 ▲충돌면에 닿도록 ▲충돌면의 반대쪽과 닿도록 ▲방향이 각각 섞이도록 놓은 뒤 상황별 내구성을 비교했다.

3D 프린팅한 시제품 실험 및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조합한 결과, 달걀의 뾰족한 부분이 충돌면 쪽을 향한 배열이 가장 뛰어난 내구성을 보였다. 이 구조는 우주쓰레기를 가정한 충돌체의 속도를 약 64.9% 떨어뜨렸다. 일반 알루미늄판만 사용했을 때의 감속률은 51%였다.

왕위신 박사는 “충돌 순간 여러 달걀 구조물이 순차적으로 찌그러지면서 한곳에 집중되는 에너지를 분산하고, 내부의 물은 충격파가 구조물 전체로 빠르게 전달되는 것을 억제했다”며 “이런 생체모방 구조가 무게를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도 우주선의 초고속 충돌 방어력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쓰레기로 인해 미아가 될 뻔한 우주비행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그래비티' <사진=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알폰소 쿠아론(65) 감독의 영화 ‘그래비티’가 잘 담아낸 우주쓰레기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현재 지구 궤도의 우주쓰레기는 10㎝보다 큰 것이 2만5000개 이상, 1~10㎝는 약 50만 개, 1㎜ 이상까지 포함하면 1억 개가 넘는다고 추정했다. 우주쓰레기 중에는 수㎜ 크기로 추적이 어려운 작은 것도 많은데, 충돌 시 위성이나 우주선, 탐사선에 어마어마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우주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대책은 다양하게 추진돼 왔다. 수명이 끝난 위성을 직접 포획해 대기권으로 떨어뜨리는 방식부터, 재진입 과정에서 금속 잔해나 미립자를 덜 남기는 목재 위성 개발까지 실제 연구와 실증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우주국(ESA)은 대표적인 직접 제거 방식으로 클리어스페이스-1(ClearSpace-1) 임무를 준비 중이다. 2029년 실행될 이 임무는 2001년 발사된 95㎏급 지구관측위성 프로바(PROBA) 1호에 접근, 로봇팔 네 개로 붙잡은 뒤 함께 대기권으로 유도하는 것이 목표다.

일본이 개발한 목재 큐브샛 리그노샛 <사진=스미토모임업>

일본 교토대학교와 스미토모임업은 우주쓰레기 발생 자체를 줄이려 목재 인공위성 리그노샛(LignoSat)을 개발했다. 목재가 우주 환경을 견딜 수 있는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장기간 노출 시험을 진행했고, 우주용 소재로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금속 외장재가 없어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완전히 연소되는 것이 특징이다.

달걀껍데기를 모방한 이번 방호재는 이런 대책들과 접근법이 다르다. 우주쓰레기를 없애거나 발생량을 줄이는 대신, 이미 궤도를 떠도는 파편과 충돌을 피하지 못했을 때 우주선이 받는 피해를 줄이는 방호형 대책이다.

작동 불능 상태의 탐사선이나 위성, 로켓 부품을 수거, 지구 대기권 재진입을 유도하는 ESA의 클리어스페이스-1 미션이 준비 중이다. <사진=ESA>

NASA도 우주쓰레기 가운데 지상에서 추적하기 어려운 작은 파편은 회피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주선의 주요 부품 주변에 방호재를 설치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다. 기존 방호 구조는 로봇 우주선의 경우 대략 수㎜급, 일부 유인 우주 시스템은 약 1㎝급 파편까지 견디도록 설계할 수 있다.

인류가 직면한 우주쓰레기 문제는 발생 자체를 줄이고, 이미 존재하는 대형 잔해를 제거하는 동시에 피할 수 없는 충돌에 버티는 소재 개발까지 다층적 대책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이번 구조물이 우주 탐사 자산을 지키는 새로운 기술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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