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가 지난해 도입한 첨단 순찰 로봇 스니치봇(SnitchBOT)이 1년도 못 채우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유는 뉴욕 곳곳에 산재한 계단이다.

뉴욕시는 최근 공식 X를 통해 인간 경찰을 도와 시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지난해 4월 투입된 순찰 로봇 스니치봇 K5 모델의 임무가 모두 끝났다고 발표했다.

시에 따르면 K5는 이달 초 뉴욕시 지하철에서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뉴욕 시장이 직접 현장 투입을 발표했던 이 로봇은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뭣보다 수많은 계단을 이동하지 못해 사실상 퇴출됐다.

지난해 4월 뉴욕 야외 순찰에 투입된 로봇 K5 <사진=나이트스코프 공식 홈페이지>

K5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본사를 둔 로봇 제작사 나이트스코프(Knightscope)가 만든 완전 자율형 순찰 로봇이다. 높이 1.68m, 무게 181㎏에 시속 약 5㎞로 이동 가능하고 몸체에 마이크로폰과 360° HD 카메라, 음파 탐지기, 레이더 센서를 탑재했다. 도주 차량 확인을 위한 번호판 판독 기능도 갖췄다. 24시간 단독 가동할 수 있으며, 인간의 도움 없이 충전도 가능하다.

인간 경찰과 협업을 발표할 때만 해도 혁신적인 순찰 활동이 기대된 K5는 얼마 가지 않아 로봇의 한계를 드러냈다. 한 차례 용도가 변경되는 등 애초 의도와 다르게 활용되기 시작했다.

일선 경찰과 기념 촬영한 K5 <사진=나이트스코프 공식 홈페이지>

K5가 현장에서 사라진 결정적인 이유는 무게다. 지나치게 무거워 계단을 오르내릴 수 없었다. 회사가 자랑해온 기능을 전혀 활용할 수 없자, 뉴욕시는 지난해 9월 로봇에 지하철 순찰을 맡겼다. 하지만 역사마다 무수히 존재하는 계단을 이동할 수 없었다. K5는 장애자 등이 사용하는 계단 이동 장치의 허용 무게를 훌쩍 넘을 만큼 무거웠다. 

사람들의 반응도 시큰둥했다. 뉴욕 시민들은 K5의 도입 발표 당시부터 로봇에 의한 인간 단속이 난센스라고 비판했다. 이미 2021년 보스턴 다이내믹스 사의 개 형태 로봇 스팟을 시범 도입하려던 뉴욕시는 인권단체의 항의에 한 발 물러선 바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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