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탄생을 규명할 중요한 정보가 탐사선의 관측 데이터 분석 과정에서 드러났다. 천문학계는 달의 내부가 대략 42억 년 전, 그러니까 달 탄생 약 3억 년 뒤 한 차례 뒤집혀 외부로 떠올랐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천문학 연구팀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미 항공우주국(NASA)의 달 탐사선 '그레일(GRAIL)'의 관측 정보로부터 달 탄생의 비밀을 알아낼 단서를 잡았다고 전했다.

NASA가 2011년 발사한 그레일은 달의 중력 지도를 제작해 그 내부를 들여다보기 위해 개발됐다. 소형 탐사선 2기로 구성되는 '그레일'은 그간 달의 인력에 약간의 변동이 있음을 시사하는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했다.

NASA는 아폴로 미션을 통해 달 표면의 샘플을 입수했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이를 분석한 연구팀은 달 지표면에서 약 40㎞ 깊이에 고밀도 암석들이 분포한다고 추측했다. 달이 탄생할 때 지표면으로부터 깊은 곳에 자리한 고밀도 지층이 맨틀과 섞이면서 달의 표면으로 떠오르는 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고 연구팀은 의심했다. 

애리조나대 달행성연구소(Lunar and Planetary Laboratory) 제프리 앤드류스 한나 교수는 "달 중력장의 미묘한 변화는 이 천체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의 단서일 수 있다"며 "'그레일' 탐사선의 관측 자료는 광물이 풍부한 층이 과거에 달 내부로 가라앉았음을 의미하는 첫 물리적 증거"라고 강조했다.

NASA에 따르면, '그레일' 탐사선은 미션 시작 이래 2기 중 1기가 달의 특정 지역 상공을 비행할 때 저절로 가속됐다. 이는 달 표면의 중력에 이상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티타늄을 함유한 용암류가 굳으며 형성된 티타늄 철석(ilmenite)의 분포를 대략적으로 보여주는 일러스트 <사진=애리조나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한나 교수는 "달의 이런 중력 이상은 천체 내부에 고밀도 암석이 존재함을 시사한다"며 "이런 암석들은 달의 탄생 초기에 일어난 역동적인 진화의 증거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달이 막 탄생했을 때 마그마의 바다로 덮여 있었고, 이것이 식어 굳으면서 지표면의 저밀도 층이 먼저 결정화되고 이후 달의 맨틀과 지각이 형성됐다고 봤다. 이후 지표보다 훨씬 깊은 곳에서 달의 핵과 비등한 고밀도 층이 결정화됐는데, 철이나 티타늄이 많은 관계로 달 깊숙이 가라앉았다고 연구팀은 생각했다.

한나 교수는 "이런 달 진화의 결과로 광물이 풍부하고 밀도가 높은 층은 맨틀과 섞이면서 녹았고, 티타늄이 풍부한 용암류가 형성돼 다시 달 표면으로 떠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 상공을 비행하며 중력 지도를 작성하는 그레일 탐사선의 상상도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달은 약 45억 년 전 지구에 원시행성이 충돌하면서 튀어나간 물질이 만든 것으로 여겨진다. 이 달이 탄생 이후 어떠한 이유 때문에 내부와 외부가 뒤집혔을 가능성은 일부 학자가 이미 제기했다.

NASA는 아폴로 계획 당시 우주비행사가 채취한 달 샘플을 분석해 고농도 티타늄의 존재를 알아냈다. 학계는 현재 NASA가 진행하는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Artemis) 계획이 성공하면 분명 달의 탄생에 얽힌 비밀이 여럿 풀릴 것으로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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