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소련 신분증을 가진 20대 남성이 2006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나타났다. 낡은 일본제 카메라에는 수십 년 전 도시 풍경과 정체불명의 비행물체를 찍은 사진이 들어 있었다. 남성은 자신이 1957년에서 갑자기 미래로 왔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에서 유명한 시간여행자 세르게이 포노마렌코의 사연이다. 신분증과 사진, 당시 연인이라는 여성의 증언까지 등장하면서 실제 시간여행의 증거처럼 퍼졌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뒷받침할 어떤 기록도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관련 영상은 우크라이나 방송 프로그램에서 도시전설을 극화한 내용에서 비롯됐다는 추적 결과가 나왔다. 포노마렌코가 실제 시간여행자였다고 믿을 근거는 없는 셈이다.

포노마렌코가 주장한 시간여행은 정말 과학적으로 불가능할까. SF 영화의 소재로만 여겨지던 시간여행은, 흥미롭게도 물리학의 영역에서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

시간여행은 엄연히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시간여행에서 먼저 구별해야 할 것은 미래와 과거다. 미래로 가는 여행은 이미 현대물리학이 인정하는 현상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에서는 정지한 관찰자보다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중력이 강한 곳에서도 시간이 더 천천히 간다.

이를 시간 지연이라고 한다. 빛에 가까운 속도로 우주를 여행한 뒤 지구로 돌아올 수 있다면 여행자에게 몇 년이 흐르는 동안 지구에서는 훨씬 긴 시간이 지날 수 있다. SF 영화에서처럼 버튼을 눌러 미래로 사라지는 방식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보다 적게 늙어 먼 미래에 도착한다는 의미에서 엄연한 시간여행이다.

문제는 과거로 갈 수 있느냐다. 놀랍게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이 역시 수학적으로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수학자 쿠르트 괴델은 1949년 회전하는 우주를 가정한 아인슈타인 방정식의 해에서 자신의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는 닫힌 시공간 경로가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를 닫힌 시간꼴 곡선 또는 폐시곡선(closed timelike curve, CTC)이라고 부른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자신의 과거로 되돌아올 수 있는 닫힌 시공간 경로 폐시곡선(CTC)을 표현한 이미지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쉽게 말해 여행자는 자신의 시계로는 계속 미래를 향해 움직인다. 하지만 심하게 휘어진 시공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출발하기 전의 시간에 도착할 수 있다.

1988년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칼텍)의 킵 손(86) 등 물리학자들은 한층 구체화한 시간여행 방법을 제시했는데, 바로 웜홀이다. 킵 손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2014)의 자문을 맡은 인물로도 널리 알려졌다.

웜홀은 멀리 떨어진 두 시공간을 연결하는 지름길과 같다. 칼텍 연구팀은 통과 가능한 웜홀이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두 입구 사이에 시간차를 만들 경우 웜홀이 타임머신처럼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킵 손 등 물리학자들이 이론적으로 제시한 시간여행 수단인 웜홀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SF와 과학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점은 여기다. 실제 웜홀을 발견했다는 증거는 없으며 사람이 통과할 만한 웜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법 역시 알려지지 않았다. 이론적으로 통과 가능한 웜홀에는 일반적인 물질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에너지 조건도 필요하다.

더욱 큰 문제는 인과율이다. 과거로 돌아간 사람이 자신의 할아버지가 결혼하지 못하게 만든다면 자신은 태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태어나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과거로 돌아갔느냐는 유명한 할아버지 역설이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학자들은 자연법칙 자체에 과거 시간여행을 막는 장치가 있을 가능성도 연구해 왔다. 스티븐 호킹이 1992년 발표한 ‘연대기 보호 가설(Chronology Protection Conjecture)’이 대표적이다. 호킹은 폐시곡선이 만들어지려는 시공간에서 양자효과에 따른 에너지-운동량이 매우 커져 그 구조 자체를 무너뜨릴 가능성을 검토했다. 자연법칙이 인과율을 깨뜨리는 타임머신의 등장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되 현재 기술로는 실현 불가능한 시간여행. 영화 등 여러 미디어도 단골 소재로 활용할 만큼 매력적이다. <사진=영화 '백 투 더 퓨처 2' 공식 포스터>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설이다. 현재의 물리학은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을 만드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일반상대성이론이 허용하는 모든 시간여행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된 것도 아니다. 극단적으로 휘어진 시공간에서는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함께 다뤄야 하지만, 이를 통합할 양자중력 이론도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결국 현재 과학의 답은 단순하지 않다. 미래로 가는 시간여행은 가능하다. 시간 지연은 상대성이론의 예측을 넘어 실제로 측정되는 물리현상이다. 과거로 돌아가는 경로 역시 일반상대성이론의 방정식 안에는 존재한다. 다만 그런 시공간이 실제 우주에 존재하거나, 인류가 만들어 이용할 수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지금까지 진짜 시간여행자로 확인된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시간여행 자체가 과학의 바깥에 있는 개념도 아니다. 인류가 아직 모르는 것은 방정식이 허용한 과거로의 길을 현실의 우주도 허용하느냐는 점이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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