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쐐기풀이 정자의 움직임을 억제하는 것으로 판명됐다. 잎이나 줄기에 가시가 돋는 서양쐐기풀은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여러해살이식물이다.

호주 모내시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논문을 내고 서양쐐기풀 잎 추출물이 남성의 정자 움직임에 관련된 단백질을 차단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기존의 피임약들이 주목한 호르몬 대신 안전한 식물 추출물만으로 남성용 먹는 피임약을 제조할 것으로 기대했다.

남성용 피임약 개발을 추진 중인 연구팀은 서양쐐기풀의 근연종인 이주쐐기풀(Urtica dioica)을 이용한 실험에서 우연히 단백질 차단 효과를 확인했다.

이주쐐기풀 잎 <사진=pixabay>

지금까지 피임약 실험에서 α1A 아드레날린 수용체 및 P2X1 퓨린 수용체 등 두 가지 단백질을 제거하면 남성을 불임으로 만든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식물성 피임약 개발을 원했던 연구팀은 실험쥐를 동원한 테스트에서 이주쐐기풀 잎 추출물이 P2X1 퓨린 수용체 작용을 방해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실험 관계자는 “수컷 쥐에게 경구로 하루 50㎎의 이주쐐기풀 추출물을 먹였더니 생식능력이 53% 떨어졌다”며 “주목할 점은 주사 등이 아닌 입으로 복용해 효과를 봤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같은 효과는 추출물이 P2X1 퓨린 수용체를 저해해 요도와 생식기 평활근의 수축력을 약화시키면서 발휘됐다”며 “결과적으로 정자가 운반되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양쐐기풀. 길을 가다 한 번은 봤을 흔한 식물이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이번 발견으로 인해 남성에게도 간편하고 효과적인 피임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팀은 향후 이주쐐기풀 잎 추출물의 어떤 화합물이 단백질 저해 작용을 하는지 면밀히 살피고 남성 피임에 적합한 유사한 화합물은 없는지 찾아볼 예정이다.

실험 관계자는 “안타깝게도 현재 남성이 할 수 있는 피임법이라곤 콘돔이나 정관수술뿐”이라며 “한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남성들은 피임에 긍정적이다. 이제 남성들에게도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피임 기회가 주어져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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