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북이 인정한 세상에서 가장 하얀 도료가 진화를 거듭했다. 기존에 비해 훨씬 얇게 발라도 태양광을 약 98%나 반사해 경량화가 중요한 우주선 도입이 기대된다.

미국 퍼듀대학교 연구팀은 3일 국제 학술지 ‘셀 리포트 피지컬 사이언스(Cell Reports Physical Science)’를 통해 얇게 펴 발라도 태양광을 98%가량 반사하는 초순백 도료를 공개했다.

이 도료는 지난해 8월 가장 하얀 페인트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순백 도료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황산바륨 나노입자로 제조된 기존 도료는 뛰어난 빛 반사율 덕에 도색 안쪽 면 온도를 떨어뜨려 냉방 설비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순백 도료의 태양광 반사율은 무려 98.1%다. 이 정도면 태양빛이 내리쬐는 건물 벽면에 도료를 바를 경우 안쪽 온도가 주위보다 무려 4.5℃ 이상 낮아진다.

뛰어난 빛 반사율을 가진 기존 초순백 도료(왼쪽)와 성능은 거의 유지하며 두께를 비약적으로 줄인 새로운 초순백 도료(오른쪽). 도막의 두께 차이가 확연하다. <사진=퍼듀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다만 단점도 있다. 높은 빛 반사율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도장면이 최소 400마이크로미터(㎛), 즉 0.4㎜는 돼야 했다.  

일반적으로 도료는 얇게 발라도 도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좋다. 빌딩이나 아파트 등 움직이지 않는 구조물이라면 어느 정도 두께가 있어도 무방하지만 차량이나 비행기 같은 움직이는 구조물은 아무래도 도막이 얇을수록 유지 보수 면에서도 유리하다. 도료의 무게도 무시할 수 없다. 몇 g 단위까지 기체 무게를 조정해야 하는 우주선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도료의 빛 반사율을 유지하면서 두께를 줄일 방법을 고민하던 연구팀은 윤활유에 널리 사용되는 육방정 질화붕소를 배합했다. 이렇게 완성된 나노포러스 도료를 실험한 결과 기존의 약 1/3에 해당하는 150㎛ 두께의 도막만으로 97.9%라는 동등한 빛 반사율을 실현했다.

온도 유지와 열 효율이 중요한 우주왕복선이나 항공기들은 겉면을 빛 반사율이 높은 흰색 도료로 칠한다. <사진=pixabay>

연구팀 관계자는 “육방정 질화붕소는 굴절률이 높아 태양광을 효과적으로 산란한다”며 “업그레이드된 도료는 기포가 포함된 나노 스케일 다공질 구조로, 시뮬레이션 결과 기존 나노입자보다 반사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어 “기존 순백 도료와 맞먹는 빛 반사율을 가진 초순백 도료의 장점은 얇은 도막으로 인한 경량화”라며 “도료의 무게를 무려 80%나 줄일 수 있어 비행기나 자동차, 기차와 선박, 나아가 우주선까지 널리 이용할 수 있다. 한여름 교통수단의 겉면을 초순백 도료로 칠하면 에어컨 효율을 높여 연료를 대폭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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