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에서 만든 인간의 미니 뇌가 시각 자극에 반응하는 순간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미니 뇌 같은 인공 장기, 즉 오가노이드(organoid)는 난치병 완치의 길을 열어줄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팀은 26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소개된 논문에서 미니 뇌를 실험 쥐에 이식한 실험에서 시각 자극에 대한 반응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오가노이드는 인간 줄기세포를 배양해 실험실에서 제작한 인공 장기다. 이번처럼 뇌는 물론 심장과 간 등 주요 장기를 복제하는 기술이다. 오가노이드를 보다 고도화하면 인공 장기의 원활한 이식이 기대되며, 실제 장기로 불가능한 임상 실험도 가능해 난치병의 획기적 치료법이나 신약 개발에 도움을 준다.

연구팀은 인간 줄기세포를 이용해 제작한 미니 뇌를 쥐의 대뇌피질에 이식했다. 이후 백색광을 이용해 시각 자극을 주면서 신경 활동 여부를 관찰했다.

인간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미니 뇌를 실험 쥐의 뇌 대뇌피질에 일부 이식한 실험에서 시각적 자극에 대한 반응이 처음 확인됐다. <사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공식 홈페이지>

그 결과 쥐의 뇌는 물론 이식된 오가노이드 모두 시각 자극에 반응했다. 시각적 자극이 뇌 오가노이드에 전기생리학적 변화를 일으킨 것은 물론, 이는 쥐의 대뇌피질 반응과 동기화된 듯 같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실험 관계자는 "이중 광자 현미경으로 관찰한 바로는 쥐의 혈관이 뇌 오가노이드로 뻗어 영양과 에너지를 공급하려 했다"며 "쥐와 인공 뇌의 각 뇌파를 측정한 결과도 완벽하게 일치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미니 뇌와 쥐의 대뇌피질은 이식 3주 만에 양쪽 시냅스가 모두 결합했다. 쥐의 뇌에서 혈관이 늘어나 오가노이드에 영양을 공급하려 한 점은 혈관이 인공 뇌를 진짜로 인식했음을 시사한다.

실험 관계자는 "오가노이드 뇌는 작지만 진짜와 같은 신경 활동이 가능하다"며 "다만 주위 조직과 연결돼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것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뇌처럼 아주 복잡하면서 중요한 장기를 복제하는 오가노이드 기술은 난치병 치료의 열쇠로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pixabay>

이번 실험에서는 특별히 플래티넘 나노입자 기술이 활용됐다. 연구팀은 플래티넘 나노입자로 투명한 그래핀 미소전극 어레이를 제작, 종래의 실험용 전극 어레이로는 포착할 수 없는 미세한 전기 활동을 잡아낼 수 있었다.

또한 연구팀은 쥐의 대뇌피질과 미니 뇌가 무려 11주간 지속적으로 기능·형태적으로 연결된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인공 뇌 기술의 발달은 신경세포 수준에서 질병의 치료법을 모색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연구팀은 오가노이드 기술을 보다 발달시킬 수 있다면, 향후 환자 각각의 유전자에 기인하는 질병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망가진 장기 일부를 오가노이드로 대체할 날도 올 것으로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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