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포, 즉 왼손잡이가 싸움에 유리하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세계 전체 인구의 약 10%에 불과한 왼손잡이가 싸움에 있어 선택적 우위를 점한다는 건데, 놀랍게도 이는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주장이다.

오른손잡이보다 왼손잡이가 잘 싸운다는 가설을 학자들은 '싸움 가설(fighting hypothesis)'이라고 한다. 1996년 제기된 '싸움 가설'은 왼손잡이가 드물기 때문에 상대로서는 수를 읽기가 어려워 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그럴듯한 논리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학자들의 각기 다른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프랑스 몽펠리에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2004년 북극 이누이트족과 베네수엘라 야나마모 인디언 등 8개 부족사회 구성원 조사에서 왼손잡이가 싸움에 보다 능한 사실을 확인했다.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연구팀은 2019년 9월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특정 격투 경기에서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 선수보다 더 많이 승리한다는 사실을 대규모 조사를 통해 알아냈다.

복싱이나 종합격투기 선수 중 왼손잡이의 승률이 높다는 것은 통계 조사에서 입증됐다. <사진=영화 '내일의 죠' 스틸>

연구팀은 남성 복서 1만445명과 여성 복서 1314명, 종합격투기 선수 2100명 등 약 1만3900명을 대상으로 사우스포 또는 오소독스(정통파, 오른손잡이를 칭함) 여부를 파악했다. 이후 각 선수의 승률을 들여다봤더니 왼손잡이의 승률은 남성 복서 52.4%, 여성 복서 54.5%, 종합격투기 53.5%로 어느 종목이든 50%를 넘었다.

이 조사는 1만 명이 훌쩍 넘는 선수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통계적으로도 그 결과가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왼손잡이 선수들이 오른손잡이보다 싸움에서 유리하다는 '싸움 가설'이 입증된 셈이다.

주목할 점은 격투기 선수의 왼손잡이 비율이 남성 복서는 17%, 여성 복서는 12.5%, 종합격투기는 18.7%라는 사실이다. 세계 전체 인구에서 왼손잡이의 비중이 10% 임을 감안하면 격투기 선수 중 분명 왼손잡이가 많다고 볼 수 있다. 왼손잡이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 10%는 지난 5000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왼손잡이가 모든 스포츠에서 유리한 것은 아니다. <사진=pixabay>

학자들은 다수의 오른손잡이가 소수의 왼손잡이와 싸움에 익숙하지 않아 '싸움 가설'이 성립한다는 입장이다. 왼손잡이는 싸우는 상대가 주로 오른손잡이라 상대적으로 익숙하다. 이 경험의 차이가 그대로 싸움의 결과로 이어진다는 견해다.

참고로 스포츠 자체에서 왼손잡이가 유리하다는 속설도 오래됐다. 이는 일부만 맞다. 야구나 테니스 외에 왼손잡이가 활약하거나 유리할 분야는 아쉽지만 별로 없다. 야구는 상대 타선에 따라 좌완투수가 반드시 필요하고, 테니스는 서브 특성상 왼손이 무조건 유리하다.

그 외의 종목들은 대부분 오른손잡이 기준으로 규칙이 정해졌기 때문에 왼손잡이가 불리하다. 왼쪽 다리가 중심축이 되는 대부분의 트랙 경기만 봐도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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