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개장 등 다양한 요리에 넣는 느타리버섯이 실은 독을 사용해 육식을 즐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느타리가 선충을 독살해 잡아먹는 데 사용하는 것이 일종의 신경 물질이 처음으로 규명돼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대만 중앙연구원과 일본 교토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18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를 통해 느타리버섯이 독으로 선충을 마비시킨 뒤 천천히 영양분을 빨아먹는 육식식물이라고 전했다.

느타리버섯은 특유의 맛과 향으로 다양한 요리에 쓰인다. 이 평범한 버섯이 실은 파리지옥풀 같은 식충식물이라는 사실은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다. 더욱이 균사체의 구형 구조물에 채운 독성 물질로 선충 세포를 몇 분 안에 사멸하는 점은 충격적이다. 

버섯 같은 균류 중에는 육식식물이 존재하며, 각자 독특한 포식 방법을 발달시켜 왔다. 일부 난균은 곤충이나 선충을 잡는 사냥 세포가 든 포자를 방출한다. 사냥감에 들러붙은 포자는 입이나 항문에 포낭을 형성하고 사냥 세포를 체내에 주입해 내장을 공략한다. 먹이 형태의 포자를 뿌리고 목표물이 이를 삼키면 식도에 발아해 장에 구멍을 내는 균류도 있다.

마트나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느타리버섯 <사진=pixabay>

느타리버섯의 경우 물리적인 덫을 치는 유형이다. 느타리는 대표적인 목재 부후균으로, 고목에 붙어 양분을 빨아먹는다. 다만 오래된 나무는 영양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느타리버섯은 별도의 방법으로 선충을 사냥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험 관계자는 "고목 안쪽으로 균사체를 뻗은 느타리버섯은 독가스가 든 봉지 같은 구조(toxocyst)를 형성한다"며 "고목을 파먹는 선충이 접근하면 금세 마비시켜 몇 분 만에 죽일 수 있다. 이후 균사를 사체에 더욱 확장해 천천히 녹이면서 영양분을 흡수한다"고 설명했다.

느타리버섯이 독을 이용해 사냥감을 죽인다는 사실을 2020년 대만 중앙연구원 실험에서 드러났다. 당시 연구팀은 느타리버섯의 독성 물질이 선충의 근육을 움직이는 칼슘에 작용한다고 추측했다. 

느타리의 균사체에 형성되는 동그란 주머니 구조. 선충을 마비시켜 죽이는 독소가 들었다. <사진=대만 중앙연구원·Yi-Yun Lee>

연구팀은 이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실험용 예쁜꼬마선충의 체내 칼슘을 가시화한 뒤 느타리버섯 독에 닿을 때 반응을 관찰했다. 그 결과 독에 노출된 예쁜꼬마선충은 구강 및 식도, 머리 쪽 근육이 칼슘으로 넘쳐나 결과적으로 죽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관계자는 "느타리버섯 독은 사냥감의 근육 내 칼슘 반응 스위치를 켜고, 그 후 조절 메커니즘을 방해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느타리가 이런 악독한 방법을 쓴다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발견"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실험에서는 가스 크로마토그래피 질량 분석법을 통해 느타리의 독소가 천연 휘발성 유기화합물 3-옥타논이라는 점도 파악됐다. 이 독소에 선충을 노출하자 칼슘 이온이 신경세포나 근육세포로 대량 유입되는 것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느타리버섯의 독소가 소량 만으로 달팽이 같은 천적을 쫓아버리는 점에서 이 독소가 사냥 수단은 물론 자기방어 수단이기도 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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