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 사업을 하며 동물을 약탈하고 잔인하게 도살한 것으로 알려진 스칸디나비아의 노르만 족 바이킹.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 바이킹이 동물들과 친밀하게 지냈으며, 영국을 공격할 때도 전선에 말과 개를 태우고 바다를 건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더럼대학교 연구팀은 1일 과학 저널 ‘플로스 원(Plos One)’에 실린 논문에서 서기 800년부터 약 250년간 서유럽 연해를 침략한 바이킹의 새로운 면모를 소개했다. 스칸디나비아를 본거지로 유럽을 누빈 바이킹은 사람이나 동물 모두에 무자비한 정복자 내지 해적 이미지가 강하지만, 오히려 동물과 유대를 쌓았다는 게 연구팀 결론이다.

조사 관계자는 “바이킹은 무기를 들고 유럽 각지로 쳐들어가 농촌에서 대량으로 동물을 약탈한 것으로 생각돼 왔다”며 “이는 바이킹의 폭력적인 면만 중점적으로 들여다본 역사가들의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스칸디나비아에 살던 노르만인들은 서기 800년 경 배를 타고 육지를 정복하고 상선을 약탈했다. <사진=pixabay>

이 관계자는 “새로운 증거에 따르면, 바이킹은 동물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함께 거친 바다를 항해했다”며 “바이킹 매장지에 사람과 함께 화장된 뒤 묻힌 동물의 흔적들이 이 사실을 알려준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영국 중부 더비셔 히스우드의 바이킹 매장지에서 발견된 9세기 무렵의 뼛조각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인간과 동물이 화장된 뒤 함께 묻었다는 점에서 바이킹이 동물을 아주 특별한 존재로 여겼다는 입장이다.

조사 관계자는 “바이킹은 동물을 상당히 중시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동물을 경제적 수단이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로 생각했고, 바다에 나갈 때도 배에 태워 먼 곳을 항해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히스우드의 바이킹 화장터에서 나온 화장된 동물 뼛조각. 스트론튬 분석 결과 스칸디나비아에서 바이킹과 함께 넘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더럼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바이킹들은 거친 파도에도 견디는 배를 만들어 항해했다. 한 번 출항하면 몇 주나 걸렸는데, 당시 말이나 개가 현재보다 몸집이 작아 동물을 배에 싣는 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특히 히스우드 화장터의 뼈 스트론튬 분석한 연구팀은 바이킹이 스칸디나비아에서 동물들을 데려온 것이 확실하다고 봤다. 스트론튬은 바위나 토양, 물 등 자연에 존재하며 식물에 쉽게 흡수된다. 동물의 체내에 들어간 스트론튬은 뼈나 이빨의 성장을 촉진한다.

조사 관계자는 “1066년 노르망디 공작 기욤 2세의 잉글랜드 정복을 묘사한 자수화 ‘바이유의 타피스리(Tapisserie de Bayeux)’에는 노르만 전사들이 배에서 말을 내리는 장면이 있다”며 “스트론튬 분석을 통해 우리는 이 작품이 바이킹이 서기 800년 경 자신들의 말을 영국으로 데려온 증거임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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