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넘게 장수하는 사람의 유전자를 이식받으면 심장이 젊어진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학계는 이번 성과가 치료가 힘든 심장 질환을 비롯해 노화로 인한 다양한 질병을 예방하는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영국 및 이탈리아 공동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Cardiovascular Research’에 소개된 논문에서 센티네리언(centenarian), 즉 100세 이상 장수하는 사람들의 유전자가 타인의 심장을 젊게 만든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오래 사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유전자 ‘BPIFB4’를 나이가 많아 심장이 좋지 않은 쥐에 이식하고 변화를 살폈다. 그 결과 쥐들의 심장은 사람 기준 약 열 살은 젊어졌다. 연구팀은 ‘BPIFB4’ 유전자가 이식된 개체의 체내에서 변이를 일으키면서 심장의 혈관 상태를 개선한 것으로 판단했다.

장수 유전자 변이체를 타인에 이식하면 노쇠한 심장 기능이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지난 2019년에도 ‘BPIFB4’ 유전자가 심장 건강에 유의미한 효과를 발휘하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번에는 한 발 더 나아가, 장수 유전자 ‘BPIFB4’의 변이체를 인간 세포에도 실험했다. 새로운 심장 혈관 성장을 촉진하는 주피세포의 기능이 떨어진 노인들을 모집하고 각 심장 세포를 채취한 뒤 ‘BPIFB4’ 유전자 변이체를 이식했다.

그 결과 장수 유전자 변이체를 이식한 노인들은 사람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어느 정도까지 심장 기능이 회복됐다. 주피세포 기능이 개선되면서 새로운 혈관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실험 관계자는 “100세 이상 사는 센티네리언들이 낳은 아이는 부모의 장수 유전자를 자연히 물려받는다”며 “장수 유전자 변이체를 타인에게 나눠줘도 노쇠한 심장이 젊어진다는 것이 이번 실험에서 처음 증명됐다”고 말했다.

장수하면 떠오르는 국가는 일본이다. <사진=pixabay>

이 관계자는 “쥐 실험에서 ‘BPIFB4’ 변이체는 동맥경화나 당뇨병 등을 예방하는 사실도 밝혀진 만큼, 이 장수 유전자 변이체는 부모가 오래 살지 못했거나 심장이 나쁜 사람의 치료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자체가 아니라 이를 만들어내는 단백질을 치료제로 삼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유전자를 직접 이식하는 것보다는 단백질에 의한 치료 방법이 보다 간편하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심장 혈관이 쇠약해지는 속도는 술이나 담배, 혹은 오랜 좌식생활 등 여러 요인에 좌우된다고 알려져 있다. 학계는 이번 실험을 통해 유전자 변이 역시 심장 건강에 영향을 주는 요인임을 알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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