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순식간에 벌어지는 천문 이벤트를 포착하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구축된 로봇 망원경 네트워크 '보티스(BOOTES)'의 활약에 기대가 쏠렸다.
지난달 14일 무려 25년에 걸쳐 모두 완성된 '보티스'는 지구 다섯 개 대륙을 연결하는 로봇 망원경 네트워크다. 목동자리를 의미하기도 하는 'BOOTES'는 'Burst Observer and Optical Transient Explorer'의 약칭. 말 그대로 짧고 강렬하게 지나가는 우주 이벤트를 잡아내기 위한 장치다.
'보티스'는 세계 최초로 5대륙 전체를 망원경으로 연결하는 지상 우주 관측 네트워크다. 관측소 수는 총 7개로, 조사를 주관하는 스페인에 2개, 뉴질랜드와 중국,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칠레에 각각 1개가 설치됐다.
이들 관측소에는 '보티스-1(BOOTES-1)'처럼 일련번호가 매겨졌다. 첫 관측소 '보티스-1'은 1998년 스페인 남서부 우엘바에 건립됐다. 가장 마지막 관측소 '보티스-7'이 지난해 말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들어서면서 '보티스' 구축은 총 25년 만에 마무리됐다.
'보티스'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천체물리학연구소(IAA) 관계자는 "각 관측소에는 서로 다른 장비가 들어서 있다"며 "이런 식으로 지구의 광범위한 지역에 관측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하늘에서 일어나는 천체 현상에 대부분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의 주된 목표는 감마선 폭발(감마선 버스트, GRB) 같은 아주 짧은 시간 강한 충격을 남기는 천문 이벤트다. GRB는 짧은 시간 폭발적으로 방출된 감마선이 관측되는 현상이다. 2초보다 짧은 것을 쇼트 감마선 버스트(SGRB), 2초보다 긴 것을 롱 감마선 버스트(LGRB)라고 칭한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GRB는 우주에서 가장 큰 에너지 폭발 현상이다. 불과 몇 초에서 수천 초에 고에너지 폭발 현상이 일어난 후 X선에서 전파에 걸친 폭넓은 파장의 전자파가 방사되다 점차 감소한다. 학자들은 LGRB가 초신성 폭발과 연관됐다고 추측하며, SGRB의 경우 밝혀진 정보가 거의 없을 만큼 GRB는 천문학계의 미스터리다.
IAA 관계자는 "'보티스'는 GRB가 품은 많은 수수께끼를 풀어내기 위해 구축됐다"며 "폭발 후 발생하는 전자파의 추가 관측을 시도해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GRB의 정체를 언젠가 밝혀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보티스'는 GRB의 원인이 되는 천체가 내뿜는 빛의 관측과 동시에 폭넓은 파장의 전자파 검출을 동시에 수행한다. 중성미자나 중력파의 발생 원인, 소행성과 혜성 등 지구에 위협이 되는 천체, 변광성이나 초신성 등 뚜렷한 특징을 갖는 천체 관측에도 활용된다. 최근 문제가 되는 우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감시 활동도 전개한다.
1998년 1호 관측소 설치 이래 '보티스'는 이미 다양한 천문 이벤트를 감지했다. 2000년까지 운용된 콤프턴 감마선 관측 위성이 잡아냈던 GRB 5개를 관찰했고 2017년 8월 17일 검출된 중력파 신호 'GW170817'에 따른 킬로노바(중성자 쌍성 또는 중성자별과 블랙홀로 구성되는 연성계에서 두 천체 충돌로 야기되는 순간적인 현상)도 포착했다. 2020년 고속 전파 폭발 'FRB200428', 2021년 중성자별이 내뿜는 거대 플레어가 원인으로 보이는 'GRB200415A'도 잡아냈다.
IAA는 앞으로 활약이 기대되는 '보티스'가 자동화 로봇 관측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된 로봇팔처럼 우주개발은 로봇의 비중이 커지고 있으며, 천체 관측 분야 역시 인간을 대신해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자동화 로봇이 채택되고 있다.
IAA 관계자는 "20세기 중반부터 명령 전달이나 원격 조작, 자가발전을 통한 전원 공급 등을 로봇이 수행하는 자동화가 검토돼 왔다"며 "자동화에 성공한 '보티스'는 각 관측소의 데이터를 빠르게 모으고, 순식간에 지나가는 GRB 관찰이나 여기서 나온 데이터의 취합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