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쥐도 바이오루미네선스(bioluminescence), 즉 생물발광을 한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생물발광은 생명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이 원인으로 어류나 곤충, 세균 등 일부에서 관찰된다.

에스토니아 탈린동물원 야생동물 연구팀은 4일 공식 발표한 논문에서 겨울잠쥐가 자체 발광 가능한 포유류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다람쥐로 오인되곤 하는 작은 포유류 겨울잠쥐가 살아있을 때는 물론 죽은 뒤에도 분홍색이나 빨간색, 녹색으로 은은하게 빛난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아냈다.

겨울잠을 자는 겨울잠쥐에 적외선을 쬔 결과 분홍색과 붉은색, 녹색 등 생물발광이 관찰됐다. <사진=탈린동물원 공식 홈페이지>

야행성 동물인 겨울잠쥐는 숲의 으슥한 곳이 주된 활동 무대다. 북유럽에 추위가 닥치는 10월경 겨울잠을 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박물관에 보존된 겨울잠쥐 표본에 우연히 자외선이 닿자 은은한 빛을 내는 사실에 주목했다. 살아있는 겨울잠쥐 역시 생물발광이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은 동면 중인 개체에 조심스럽게 자외선을 쬈다. 

조사를 이끈 야생동물학자 카르멘 리슨은 "겨울잠쥐는 암수 모두 빛을 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강하게 빛나는 것은 배쪽"이라며 "자외선을 쬐면 분홍색이 가장 두드러지며 빨간색도 관찰됐다. 꼬리나 다리 쪽은 은은한 녹색"이라고 설명했다.

생물발광은 일부 종에서 나타나며, 그 유형도 조금씩 다르다. 사진은 극지방 추위에 견디기 위해 부동화단백질을 가진 얼룩꼼치. 이 단백질이 특이하게 빛을 발한다. <사진=존 스팍스>

이어 "겨울잠쥐의 박물관 표본은 이미 죽었음에도 빛이 났다"며 "다만 살아있는 개체에 비해 발광이 약했다. 이는 화학작용으로 발생하는 체내 색소가 점차 분해된 것이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생물발광은 심해어 등 어류나 반딧불 등 곤충류, 버섯 등 식물이나 세균에게서 나타난다. 포유류 역시 드물지만 일부에서 발광이 관찰되는데, 겨울잠쥐의 발광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발광의 원인이나 구조는 생물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자외선 광자가 단백질 등 유기화합물에 흡수돼 재방출되는 경우가 가장 흔하고, 북극권에 서식하는 얼룩꼼치처럼 부동화단백질 자체가 빛나기도 한다.

생물발광을 이용한 친환경 조명 연구도 활발하다. 사진은 프랑스의 한 업체가 시도한 세균 발광 조명등 <사진=글로위 공식 홈페이지>

카르멘 리슨은 "현재 기술로는 겨울잠쥐 같은 포유류가 빛나는 이유는 알 수 없다"며 "포유류이면서 알을 낳는 오리너구리는 빛으로 소통한다는 가설이 있고, 날토끼는 반점 같은 빛을 내 천적을 혼란에 빠뜨린다. 즉, 동물의 발광은 방식과 목적이 제각각"이라고 전했다.

학계에서는 이런 생물발광을 미래 친환경 광원으로 활용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프랑스 생물학자들은 지난해 은은한 푸른빛을 내는 세균을 원통형 튜브에 넣은 친환경 조명을 해안가의 작은 마을에 설치한 바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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