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연안의 해저에 새겨진 말발굽 또는 화살촉 흔적의 정체가 10년 만에 밝혀졌다.

뉴질랜드 국립물대기연구소(NIWA)는 8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2013년 아오테아로아 해역 수심 450m 해저에서 발견된 말발굽 형태의 흔적은 특정 물고기가 낸 것이라고 전했다.

NIWA 해양학자들은 10년간 무인 잠수정을 동원한 조사를 통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450m 해저 바닥까지 내려간 잠수정은 무수한 말발굽 모양의 흔적을 다각도로 촬영했고, 이 사진을 수중 생물들과 대조하는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꼬리민태의 동료가 뉴질랜드 아오테아로아 해역 수심 450m에 낸 흔적(왼쪽). 물고기의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뒤집어 대입했다. <사진=NIWA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맨 처음 흔적을 확인할 당시 마치 수많은 말들이 바다 밑바닥을 훑고 지나간 듯했다"며 "수수께끼의 흔적은 심해에 사는 꼬리민태의 동료가 낸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전했다.

꼬리민태는 대구목 민태과 물고기로 몸길이 약 60㎝까지 자란다. 주둥이가 뾰족하고 꼬리지느러미가 일반 생선과 달리 가느다란 끈처럼 생겼다. 주로 깊은 바다에서 먹이 활동을 하며, 우리나라 해역에서도 곧잘 잡힌다.

조사 관계자는 "꼬리민태의 한 종류로 심해에 사는 일부 종이 기묘한 말발굽 자국을 낸 범인"이라며 "이 고기들이 먹이를 찾아 심해 퇴적물을 뒤지는 과정에서 말발굽 모양의 흔적이 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꼬리민태는 400m 넘는 심해에서 먹이활동을 하며 우리나라 해역에서도 곧잘 잡힌다. <사진=NIWA 공식 홈페이지>

이번 연구는 꼬리민태 종의 생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해저에 남은 흔적의 연구도 진전시킬 것으로 학계는 기대했다.

조사 관계자는 "심해 견인 촬영 시스템(Deep Towed Imaging System, DTIS)의 발달은 잠수부가 닿을 수 없는 심해 바닥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 해준다"며 "해저에 부착된 알 수 없는 흔적이나 생명체는 촬영 자체가 어려워 관련 연구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해 생물이 해양의 수수께끼를 만들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독일 라이프니츠 해양과학연구소(GEOMAR)는 지난 7월 낸 논문에서 4200m 해저에 서식하는 긴수염문어들이 만들어낸 수수께끼의 팔각형 무늬들을 소개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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