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들이 네안데르탈인의 체내시계 유전자를 물려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장 연구가 활발한 사람속 종의 하나인 네안데르탈인은 약 40만 년 넘게 유라시아 대륙에 분포한 화석인류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생물통계학자 콜린 브랜드 교수 등이 참가한 국제 연구팀은 14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아침형 인간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계승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아침형 동물의 체내시계 유전자는 계절에 따라 일조시간 변화의 폭이 큰 고위도 지역에서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약 40만 년 넘게 유라시아 대륙에 살았다. 이들은 약 70만 년 전 현생인류에서 분기했고, 인간의 조상과 또 다른 환경에서 진화해 삶에 적합한 유전적 변이들을 얻었다. 다만 지금까지 연구에서는 네안데르탈인이 획득한 유전적 변이의 대부분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고 자연 도태에 의해 사라진 것으로 여겨졌다.

아침형 인간은 일찍이 고위도 지역에 적응한 네안데르탈인의 체내시계 유전자를 계승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현대인에 드물게 남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적 변이 중 하나인 아침형 인간의 체내시계에 주목했다. 네안데르탈인이 오래 살았던 유라시아 대륙은 나중에 이주한 호모 사피엔스의 고향보다 위도가 높고 계절에 따라 일조시간이 쉽게 변화했다. 유라시아 대륙에 진출한 현생 인류는 네안데르탈인과 접촉해 아이를 낳았는데, 이 영향으로 현대인 중에는 네안데르탈인의 체내시계 유전자 일부가 남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현대인 1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네안데르탈인의 체내시계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아침형 인간일 확률이 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콜린 브랜드 교수는 "아침형 인간의 체내시계 사이클은 대체로 짧은데, 이는 수면 패턴을 계절에 따른 일조시간 변화에 신속하게 맞추기 쉽다"며 "이런 타입은 계절에 따라 일조시간이 크게 변화하는 고위도 지역에 적응하기 쉽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구세계 전체에 분포한 것으로 생각되는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의 조상보다 먼저 유라시아 대륙에 정착했다. <사진=pixabay>

이어 "예컨대 귤과실파리의 체내시계는 고위도에 서식하는 개체일수록 사이클이 짧다"며 "일반적으로 고위도 지역 동물의 체내시계가 사이클이 짧아지도록 진화했다면 네안데르탈인도 그랬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물려받은 체내시계 유전자가 유럽의 고위도 지역에 사는 현대인의 삶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결론 내렸다. 콜린 브랜드 교수는 "쓸모없이 도태된 네안데르탈인의 수많은 유전적 변이 중 아침형 인간 유전자만은 현재도 잘 보존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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