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록은 잠을 자면서 먹이로 에너지를 보충한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순록이 혹독하게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북극권의 짧은 여름에 적응한 결과라고 추측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및 스위스 취리히대학교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추적 관찰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북극권의 겨울을 상징하는 동물 순록은 크리스마스 썰매를 끄는 루돌프로 잘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순록이 북극권의 짧은 여름 동안 어떻게 에너지를 모으는지 조사했다. 이 시기 순록은 줄곧 풀을 뜯어 춥고 척박한 겨울을 견딜 지방을 모은다. 연구팀은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노르웨이에서 사육되는 유라시아 툰드라 순록 암컷 4마리의 뇌파를 조사했다.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루돌프로 유명한 순록은 암수 모두 뿔이 돋아나는 특이한 동물이다. <사진=pixabay>

취리히대 신경학자 멜라니 퓨러 교수는 "소처럼 되새김질하는 순록은 풀을 우물우물 씹고 삼켜 위에서 분해하고 입으로 돌려보낸다"며 "이를 다시 씹어 넘기기를 반복하면서 풀에 함유된 영양분을 충분히 흡수한다"고 전했다.

이어 "먹고 토하고 또 먹는 행위는 인간적으로 매우 힘들 것 같지만 순록에게 식사는 곧 휴식이었다"며 "되새김질하는 순록 4마리의 뇌파를 조사한 결과, 모두 논렘 수면과 비슷한 패턴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당시 순록은 뇌파뿐만 아니라 행동도 수면 중의 그것과 비슷했다. 서 있을 때, 앉아 있을 때 모두 조용했고 동료가 곁을 돌아다녀도 반응이 없었다. 멜라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순록이 되새김질하는 동시에 잠을 잔다는 걸 보여줬다"며 "이번 관찰 조사를 통해 순록의 오랜 수수께끼가 비로소 풀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모든 것이 얼어붙는 극지방의 겨울은 동물들에게 아주 혹독한 계절이다. <사진=pixabay>

북극권은 여름이 되면 백야가 일어나 하루 종일 해가 지지 않는다. 반면 겨울에는 극야가 도래해 어둠에 이어진다. 이런 혹독한 겨울을 이기기 위해 많은 북극권 동물들이 체력을 쌓아두는데, 순록은 잠을 자면서 풀을 계속 먹을 수 있다고 연구팀은 결론을 내렸다.

멜라니 교수는 "따뜻하고 먹을 것도 많은 여름이나 어둠에 휩싸여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나 순록의 수면시간은 변화가 없었다"며 "먹으면서 잠을 자는 순록의 이런 능력은 북극권 생활을 위한 진화의 결과일 것"이라고 전했다.

극한 환경에 맞춰 진화 내지 적응한 동물은 더 있다. 북극곰은 1년의 절반 이상을 동면해 대사율과 체온을 크게 낮춘다. 지난달에는 극지에 사는 턱끈펭귄이 평균 4초의 쪽잠을 하루 1만 회 거듭하며 새끼를 돌보고 천적의 움직임을 감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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