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영장류로 여겨지는 기간토피테쿠스(Gigantopithecus)는 급격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멸종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과학원 고대척추동물·인류연구소가 포함된 국제 연구팀은 10일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서 아시아를 중심으로 번성한 기간토피테쿠스의 멸종 이유를 소개했다.

기간토피테쿠스는 지금으로부터 약 200만~30만 년 전 아시에 지역에 생존한 영장류다. 몸길이 약 3m, 몸무게 약 300㎏의 거구로 지구 역사상 가장 큰 영장류로 생각된다. 일부 학자는 기간토피테쿠스가 킹콩의 모델이라고 주장하며, 이는 2005년 영화 ‘킹콩’에도 반영됐다.

고생물학자들은 약 30만 년 전 기간토피테쿠스가 갑자기 사라진 이유를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 연구팀은 중국 남부 등 아시아에서 발굴된 기간토피테쿠스 블라키(Gigantopithecus blacki)의 화석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환경의 변화로 위기에 몰렸다는 결론을 내렸다.

거대 영장류 기간토피테쿠스의 상상도 <사진=Garcia/ Joannes-Boyau·서던크로스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기간토피테쿠스 화석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200만 년 전과 멸종된 30만 전의 환경을 재현했다. 단서가 된 것은 중국 남부 광시좡족 자치구 동굴 22곳에서 발견된 화석과 퇴적물이다. 이는 기간토피테쿠스가 살았던 전 지역을 아우르는 최고의 샘플로 평가된다.

조사 관계자는 “화석만으로 어떤 생물이 멸종한 이유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사라진 시기를 정확히 알면 당시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있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여러 연대측정법에서 제시된 157개 방사 연대를 토대로 기간토피테쿠스의 멸종이 29만5000년~21만5000년 전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꽃가루 분석 결과 기간토피테쿠스가 멸종하기 앞서 중국 남부의 삼림 환경이 크게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원래 이들이 살던 숲은 나무가 울창하고 물과 과일이 풍족했는데, 70만~60만 년 전부터 기후 변화가 닥쳤고 불도 잦아 숲이 황폐해졌다”고 덧붙였다.

박물관에 보존된 기간토피테쿠스 블라키의 하악골 화석 <사진=밀라노자연사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기간토피테쿠스의 치아 화석 역시 이런 생각을 뒷받침한다는 입장이다. 기간토피테쿠스의 치아를 가장 가까운 친척 중국 오랑우탄(Pongo weidenreichi)과 비교한 결과, 이들이 환경 변화에 잘 대응하지 못했음을 시사하는 흔적이 발견됐다.

조사 관계자는 “치아에는 멸종에 가까워질수록 나타나는 만성적 스트레스의 흔적이 여럿 남아있었다”며 “터전인 숲이 망가졌으니 음식은 영양가가 낮고 단조로워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기간토피테쿠스는 점점 개체가 줄고 서식 범위도 좁아진 반면, 오랑우탄은 환경 변화에 맞춰 체격·행동·서식지를 바꿔 나갔다”고 말했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왜 지구상의 어떤 종이 사라지는지 이해하는 데 대한 귀중한 정보일 뿐만 아니라, 6차 대멸종에 대한 진지하고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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