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개발된 개 전용 암백신이 임상시험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골육종에 걸린 개의 1년 생존율이 거의 2배로 늘어 반려견주들의 관심을 모았다.

예일대학교 연구팀은 폴리클론 항체를 응용한 반려견 암백신의 임상시험 결과를 6일 공개했다. 암에 걸린 개를 대상으로 한 장기간의 테스트 결과, 골육종의 경우 1년 뒤 생존율이 2배에 달했다.

개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암에 걸린다. 연구팀은 암과 싸우는 수단이 점점 고도화·다양화하는 인간에 비해 개의 경우 선택지가 별로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개도 사람처럼 암에 걸리지만 수술해도 여명이 짧거나 막대한 비용이 들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pixabay>

실험 관계자는 "반려견은 세계인이 사랑하는 동물이지만 수명이 15년 안팎으로 사람보다 훨씬 짧다"며 "암 등 난치병에 걸리더라도 잘 치료해 오래 함께 하고 싶은 것이 주인들의 바람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개도 사람처럼 방사선 또는 화학 요법을 쓸 수 있지만 효과는 제각각"이라며 "주인이 부담할 의료비가 상당해 완치될 가망이 있음에도 포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암백신은 인간에 응용되는 모노클로널 항체에서 출발했다. 우리 몸은 바이러스나 암세포 같은 이물질이 침투하면 항체를 만들어 공격한다. 항체는 이물질이 가진 표적(항원)에 달라붙고, 면역계는 이 항체를 표적 삼아 암세포와 싸운다.

예일대 반려견 암백신 임상시험에 참여한 골든 리트리버 헌터. 2022년 골육종 진단을 받고 다리를 절단했다. <사진=예일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암세포 표적을 집요하게 노리는 모노클로널 항체는 효과적인 치료방법이지만 계속 사용하면 환자 몸에서 내성이 생긴다. 때문에 연구팀은 2021년 이를 개량한 폴리클론 항체를 개발했다. 이는 여러 암세포에 들러붙는 복합체로, 증폭된 면역 반응을 발휘해 내성 우려가 덜하다. 

실험 관계자는 "8년간 개 300마리를 대상으로 임상시험하면서 폴리클론 항체가 암세포에 결합하면 이를 성장시키는 경로를 혼란시키는 것을 확인했다"며 "골육종의 경우 기존 치료법은 진단 1년 후에 개가 살 확률이 35%였지만 폴리클론 항체는 60%"라고 강조했다.

예일대는 임상에 참여한 11세 골든 리트리버 헌터의 사연도 전했다. 실험 관계자는 "장기간 구조견으로 헌신한 헌터는 2022년 왼쪽 앞다리 골육종이 확인돼 절단 수술을 받았다"며 "이번 암백신 임상에 참여한 헌터는 2년이 지난 지금도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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