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이 지구보다 훨씬 약한 달에서 효과적으로 체력을 단련하는 방법을 과학자들이 제시했다. 달은 아직 사람이 상주할 수준까지 개발되지 않았지만 미 항공우주국(NASA)이나 유럽우주국(ESA) 등에 의한 전진기지 건설 시도가 활발하다.

이탈리아 밀라노대학교 생리학자 알베르토 미네티 교수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서커스의 '월 오브 데스(Wall of death)' 곡예가 달에 상주하는 사람의 체력단련에 유용하다고 주장했다.

'월 오브 데스'란 커다란 원통의 내벽을 자전거 등으로 달리는 행위다. 과거 서커스에서 유행한 것으로 전해지며, 1900년대 들어 미국과 영국, 일본에서는 오토바이를 이용한 '월 오브 데스'가 크게 인기를 끌었다.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에 불과한 달에서는 마음껏 러닝 운동을 할 수 없다. <사진=pixabay>

연구팀이 '월 오브 데스'에 주목한 것은 중력이 지구의 약 6분의 1로 약한 달의 환경 때문이다. 미국이나 중국이 현재 건설을 시도하는 월면기지는 국제우주정거장(ISS)과 마찬가지로 중력이 약하고 폐쇄적인 환경이기 때문에 상주하는 우주비행사의 체력단련이 문제다.

달의 저중력 환경에서 건강을 유지해 줄 운동법을 고안해온 연구팀은 '월 오브 데스'에 주목했다. 지상과 같이 오토바이의 동력이 없어도 달의 중력 특성상 원통 내벽 측면을 사람의 근력과 균형감각 만으로 달릴 수 있다고 연구팀은 생각했다. 

알베르토 교수는 "달 같은 저중력 환경에서 인간은 근위축이나 뼈의 칼슘 성분이 감소하는 탈회, 심폐기능 저하, 신경제어 악화를 겪게 된다"며 "중력이 약한 곳에서 전신 운동이 가능한 방법을 알아낸다면 현재 진행되는 달 개발의 속도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NASA는 월면기지 건설을 위해 여러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이어 "달에서는 인체의 역학적 균형이 쉽게 흐트러지기 때문에 지구처럼 달리기나 걷기 같은 운동은 곤란하다"며 "'월 오브 데스' 같은 원심력을 응용한 운동법이라면 안심하고 우주비행사가 체력을 단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월 오브 데스'는 자전거나 오토바이의 동력이 원심력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원통의 수직 내벽을 비스듬히 달릴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곡예를 달 기지에 응용하면 우주비행사가 벽을 달리며 자체적으로 원심력을 만들어 효과적으로 신체에 부하를 걸 수 있다고 추측했다.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지름 10m, 높이 5m의 원통을 만들었다. 거대한 크레인에서 길이 36m의 번지점프 전용 로프를 늘어뜨려 피실험자를 매달았다. 피실험자의 발이 지면에서 떨어지면서 달 표면의 중력과 같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33세 여성 피실험자는 서커스 단원이 '월 오브 데스'를 보여주는 것처럼 로프에 매달린 채 원통 내벽을 달렸다.

36m 길이의 로프에 매달린 채 지름 10m, 높이 5m의 원통 내벽을 달리는 33세 여성 피실험자 <사진=알베르토 미네티>

알베르토 교수는 "처음에는 실수가 있었지만 감을 잡은 피실험자는 로프에 매달린 채 원통 내벽을 초속 5.4~6.5m로 달리는 데 성공했다"며 "점차 페이스를 떨어뜨려 바닥에 착지하면 부상 없이 운동을 중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수는 "'월 오브 데스' 장치를 보다 고도화하면 단시간에 실제 달리기와 맞먹는 운동 효과를 가져와 심폐기능 강화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향후 실험에서는 피실험자 유형 및 인원을 늘려 예상외의 여러 변수를 도출하고 보완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