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겁의 시간 광활한 우주를 헤매다 어느 날 태양계로 진입한 거대한 외계 물체. 그 물체는 외계인이 만들어낸 거대한 우주선이었고, 비밀을 밝히려는 모험이 펼쳐진다.

SF영화에나 나올 듯한 이런 모습은 사실 공상의 산물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천체물리학자인 하버드대학교 아비 로브 교수는 곧 발표할 새 책 '외계생명: 지구 너머의 지적 생명체의 첫 징후(Extraterrestrial:The First Sign of Intelligent Life Beyond Earth)'를 통해 얼마 전 발견된 '오우무아무아(Oumuamua)'가 외계 우주선이라고 밝혔다.

■먼 곳에서 온 첫 메신저

TED 강연에 등장한 오우무아무아 상상도 <사진=TED 유튜브 공식채널 영상 'The story of 'Oumuamua, the first visitor from another star system | Karen J. Meech' 캡처>

오우무아무아는 2017년 10월 발견된 가로 400m, 세로 40m 크기의 성간 천체다. 성간 천체란 태양계 주변에서 발견된, 태양계 바깥에서 온 천체를 일컫는다.

성간 천체 1호, 즉 천체 관측 사상 최초로 외계에서 날아온 오우무아무아는 이듬해인 2018년 태양계를 완전히 벗어났다. 하와이대학교 팬스타스1 망원경으로 처음 관측됐으며, '먼 데서 온 첫 메신저'라는 뜻의 하와이 원주민 말을 따 이름이 붙여졌다.

오우무아무아 등장 이후 다양한 분석이 쏟아졌다. 유럽우주국(ESA)과 중국 국가천문대(NACO) 등은 길쭉한 시거 모양의 암석 덩어리로, 별들의 중력으로 생겨난 일종의 혜성이라고 주장했다. 

■만들어진 게 확실하다
하지만 아비 로브 교수는 오우무아무아가 모양부터 외계 우주선이란 입장이다. 그는 "오우무아무아의 기하학 구조는 이제까지 발견된 그 어떤 소행성이나 혜성보다 가로 세로의 비율 또는 너비 대 높이의 비율에서 극단적"이라고 지적했다.

로브 교수는 계산 결과 오우무아무아의 모양이 시거가 아니라 둥근 원반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이 왜곡됐다는 이야기다.

사실 여기에는 더 중요한 사실이 숨어 있다. 원반 모양, 즉 우산처럼 펼쳐진 가벼운 돛 구조는 별도의 제어없이 항성간 이동을 가장 원활하게 하는 라이트 세일(Light-sail, 태양광 돛단배) 이론과 일치한다. 따라서 로브 교수는 이 모든 점을 감안할 때 오우무아무아가 엄연히 제작된 인공물일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예고된 출현

90세 인터뷰 당시의 아서 C.클라크 <사진=Christopher Sykes 유튜브 공식채널 영상 'ARTHUR C. CLARKE: Seven Wonders of the World' 캡처>

이런 사실이 더욱 흥미로운 것은 우주를 떠돌다 태양계에 접근하는 외계 우주선이 이미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했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선지자'로 알려진 저명한 소설가이자 미래학자 아서 C.클라크(1917~2008)의 장편 SF소설 '라마와의 랑데부(Rendezvous with Rama, 1973)'다.

작품 속에서 태양계로 다가오는 비확인 비행물체는 중력을 발생시키는 거대한 원기둥 모양의 우주선이다. 지름 30㎞의 거대한 우주선은 죽은 듯 잠들어 있다 태양열을 받으며 내부 장치들을 작동시켜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로 잘 알려진 아서 C.클라크는 영화계의 거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과 동명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이후 등장한 SF 영화들이 그의 소설을 근간으로 삼을 만큼 큰 업적을 세운 인물이다. 숱한 인기작과 수상작을 집필한 것은 물론 단순히 소설에 그치지 않고 과학적 사실에 기반을 두고 미래를 예측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대표적인 것이 실제 통신에 사용되는 정지위성이다. 목성과 토성에 대한 집필은 물론 미 항공우주국(NASA)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그의 이름을 딴 위성이 존재할 정도다.

SF영화 속의 외계 우주선 <사진=영화 '라이프포스' 스틸>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작품은 영국의 비평가 콜린 윌슨(1931~2013)의 '스페이스 뱀파이어(The Space Vampires, 1976)'다.

이 작품은 1985년 토비 후퍼 감독의 걸작 SF호러 '라이프포스(Lifeforce)'로 더 널리 알려졌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단번에 오우무아무아를 떠올릴 만하다. 혜성의 꼬리 부분에서 발견되는 길쭉한 막대기 모양의 우주선이 지구에 가까워지면서 우산처럼 거대한 돛을 펼쳐 활성화하는 내용은 영화 개봉 당시 충격으로 다가왔다.

콜린 윌슨 역시 영미권에서는 알아주는 다재다능한 지식인이다. 불과 24세에 '아웃사이더'라는 문학 비평서를 출판해 일약 스타가 됐다. 초자연 현상과 오컬트, 불가사의 등 미스터리와 범죄 심리, 장르 소설 분야에서도 활약했다.

■외계 우주선을 찾을 때까지
아비 로브 교수는 과거 뉴욕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고대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것처럼 우주인 쓰레기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효과가 입증된 사실은 아직 없다. 우주인 쓰레기를 뒤질 방법도 현재 마련되지 않았다. 

하지만 로브 교수는 이런 노력이 인류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입장이다. 특히 성간 천체 연구는 뭣보다 중요성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쟁이나 기후변화를 통해 멸망한 외계인이 있다면 우리는 이를 참고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며 "지구 위에서 부정적으로 자원을 허비하며 서로를 물어뜯는 것보다 훨씬 가치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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