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고양이는 개보다 새침하다고 한다. 사회성이 강한 개와 달리 고양이는 자립성이 두드러져 주인을 따르기보다 개인주의 성향을 보인다. 성격이 쿨하고 혼자 있어도 보채지 않아 고양이를 선호하는 사람도 적잖다.
이런 고양이 특유의 성격이 수명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있다. 학계에 따르면 최근의 반려묘 평균수명은 15~18년으로 반려견(12~15년)보다 3년가량 길다. 일본 아니콤홀딩스의 통계를 보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개는 8.4개월, 고양이는 6개월씩 수명이 늘었지만 평균수명은 여전히 고양이가 앞선다.
반려묘가 반려견보다 오래 사는 이유 중 하나로 성격이 꼽힌다. 일단 고양이는 자립심과 자존심이 강하다. 주인이 돌아오면 한바탕 난리가 나는 개와 달리 고양이는 간혹 문 앞에 나오더라도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개처럼 행동하는 ‘개냥이’도 있지만, 고양이는 대체로 개보다 쌀쌀맞다.
학자들은 이런 고양이의 성격과 자율성이 개보다 오래 사는 비결이라고 이야기한다. 매사 도도하고 자기 길을 가는 고양이는 집단을 이뤄 생활하다 전염병에 노출되는 위험으로부터 자유롭다.
사자 조련사 출신 생물학박사 스티브 오스타드(74)는 생물이 안전한 상황에서 더 오래 산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무리를 지어 사는 개와 달리 고양이는 단독행동을 좋아한다”며 “주위에 다른 개체 수가 적어 안전하고 감염증에 걸릴 확률도 개보다 낮은 편”이라고 언급했다.
물론 최근에는 고양이도 개나 다른 고양이와 한곳에서 길러지는 경우가 흔하다. 다만 개별적으로 행동하는 고유의 성격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게 스티브 오스타드 박사의 설명이다.
공격과 방어에 능한 고양이가 개보다 오래 사는 건 당연하다는 견해도 있다. 일반적으로 고양이는 개보다 무기가 많다. 덩치나 공격력의 차이를 제외하면, 이빨과 무는 힘에 의존하는 개와 달리 고양이는 민첩성과 발톱을 추가로 갖고 있다.
스티브 오스타드는 “사나운 개는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대지만 고양이는 원천적으로 천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무기가 개보다 많다”며 “이런 진화 과정의 특징들이 개와 고양이의 수명 차이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사람의 기호에 따른 품종개량이나 실험이 개의 수명을 단축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선호하는 몸집과 털, 얼굴형을 만들기 위해 이뤄지는 근친교배가 대표적이다. 겉으로는 품종개량을 외치지만 사람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진행되는 실험도 많다. 이렇게 탄생한 일부 견종은 유전적 결함으로 질병에 쉽게 노출되고 수명도 평균을 밑돈다. 물론 고양이도 여러 품종이 있고 교배 실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개와 고양이의 몸집이 수명 차이의 원인이라는 실험결과도 있다. 쥐의 DNA를 조사한 실험에서 몸집이 큰 쥐는 텔로미어(telomere)가 구조적으로 짧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텔로미어는 진핵생물 염색체의 끝부분에 존재하는 특수한 입자로, 세포분열 시 끝부분은 복제되지 않고 점차 짧아지다 소멸한다. 이것이 노화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반려견의 경우 덩치가 큰 리트리버가 몇 배나 몸집이 작은 치와와보다 수명이 짧다는 건 상식이다. 반려견의 노화는 대개 8세 무렵 시작되는데, 큰 개는 5~6세부터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기네스북을 기준으로 가장 오래 산 반려묘는 크림 퍼프(태비 믹스종)다. 1967년부터 2005년까지 38년(정확히는 38년 3일)간 살았다. 2위는 1970~2008년 38년간 생존한 미국 고양이 베이비(쇼트헤어 종), 3위는 1903~1939년 36년간을 산 퍼스(태비 종)라는 고양이다. 버마, 랙돌, 발리니즈, 페르시안, 스핑크스, 봄베이, 러시안블루, 오리엔탈 숏헤어가 장수하는 고양이로 통한다.
반려견의 경우 1910~1939년 29년간 생존한 오스트리안 캐틀독 종 블루이가 최장수견 기록을 갖고 있다. 1975년부터 2003년까지 28년간 산 버치(비글)가 2위, 27년 생존한(생몰년 불명) 영국 웰시코기 태피가 3위다. 대개 치와와, 잭 러셀 테리어, 시추, 요크셔테리어, 닥스훈트, 포메라니언, 라사 압소, 오스트리안 캐틀독, 비글이 장수 반려견종으로 손꼽힌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