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나 축구에서는 시즌이 시작되면 꼭 등장하는 뉴스가 있다. 새로운 공인구의 도입으로 정확성이 높아지거나 또는 반발력이 강해졌다는 등의 이야기다.

영국 프리미어리그(EPL)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2020~2021시즌을 맞아 EPL은 공인구를 나이키의 '플라이트 2020'으로 교체했다.

나이키는 이 공의 특징으로 '정확성'을 꼽았다. 8년간 연구 개발하고 1700시간의 테스트를 거친 새 공이 기존 모델보다 30% 더 정확한 비행 궤적을 그린다고 발표했다. 또 공의 흔들림을 줄여 의도치 않은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EPL 공인구 '플라이트 2020' <사진=나이키 홈페이지>

이에 대해 일본의 쓰쿠바대학 건강스포츠과학부 연구진은 풍동(wind tunnel) 실험을 통해 나이키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했다.

연구진은 레이놀즈 수(Reynolds number)를 이용해 새로운 공과 기존 두 모델의 공의 항력 계수를 측정했다. 레이놀즈 수는 유체 역학의 중요한 매개 변수로, 어떤 유체 흐름이 층류(laminar flow)인지 난류(turbulent flow)인지를 판별하는 데 사용된다.

연구 저자인 다케시 아사이 교수는 "낮은 레이놀즈 수에서는 점성이 난류를 감쇠시킬 수 있기 때문에 부드러운 유동이 발생하며, 높은 레이놀즈 수에서는 불규칙한 와류로 인해 불안정하고 예측할 수 없는 비행 패턴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실험 결과 연구진은 높은 레이놀즈 수에서 새 공의 항력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비행 거리는 줄었지만, 궤적을 불안정하게 만들 힘이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사이 교수는 "플라이트 2020의 측면 및 하면에 작용하는 힘의 변동이 줄어든 것은 궤적의 불규칙한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나타내므로, 비행 중 안정성이 향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플라이트 2020의 표면 <사진=나이키 홈페이지>

연구진은 비거리를 줄이면서 안정성을 증가시킨 이유로 축구공 표면의 거칠기가 증가했다는 것을 꼽았다. 실제로 나이키는 골프공 표면의 작은 홈인 딤플(dimple)과 같이 축구공의 표면에 움푹 들어간 몰딩 홈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런 노력은 고액의 주급을 받는 선수들이 즐비한 EPL에서 운으로 승부가 엇갈리는 것을 줄일 수 있을뿐더러 다른 종목의 장비를 설계하는 데에도 유용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번 연구는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됐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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