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에서 사냥을 주로 담당하는 암사자가 포식 대상인 누 새끼와 한가롭게 걸어가는 희한한 광경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야생동물의 모성본능이 사냥본능을 넘어선 희귀한 현상에 주목했다.
탄자니아국립공원(Tanzania National Parks)은 최근 공식 트위터를 통해 지난 10일 세렝게티국립공원 내에서 암사자가 누(wilderbeast) 새끼를 데리고 어디론가 향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30초 분량의 짧은 영상에서 누는 암사자를 어미인 양 졸졸 뒤따른다. 영상 중간 사자가 잠시 멈춰 서자 누 역시 걸음을 멈춘다. 누가 봐도 어미 사자와 새끼 같지만 몸집이 작은 놈은 분명 누다.
이와 관련, 탄자니아국립공원 관계자는 “무리에서 떨어진 누 새끼는 야생에서 사자들이 손쉽게 낚아채는 먹잇감”이라며 “고양잇과 동물, 특히 암사자가 포식 대상인 동물의 새끼를 돕는 상황이 가끔 목격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관찰한 바로는 당시 누 새끼는 사자 몸에 머리를 묻기도 했다. 그런데도 암컷 사자는 순순히 받아줬다”며 “고양잇과 동물의 이런 행동에 대해서는 아직 가설만 무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누는 초식동물로 사자들 입장에선 딱 좋은 포식 대상이다. 얼룩말이나 영양, 가젤만큼 빠르지도 않고 버펄로(물소)처럼 성가시게 저항하지도 않는다. 고기 맛까지 좋은 누는 세렝게티 같은 드넓은 야생에서 사자들이 첫 번째로 노리는 먹잇감이다.
일부 학자는 암사자 모성이 사냥본능을 이길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추측했다. 성체 사자는 하루에 57.3㎏ 정도의 고기를 소비해야 하는데 야생의 특성상 매일 사냥에 성공할 확률은 낮다. 그럼에도 배고픈 암사자가 기껏 무리에서 떨어진 누 새끼를 보호하며 지켜주는 것은 모성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는 주장이다.
탄자니아국립공원 동물행동심리 전문가는 “포식자 쪽으로 두려움 없이 접근하는 초식동물 새끼들의 행동이 개체를 초월한 모성본능을 자극할 수도 있다”며 “암사자들은 포식 대상의 새끼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무리를 찾아 돌려보내 주기까지 한다. 암사자가 새끼 표범에 젖을 물리고 상처 입은 어린 여우를 수사자로부터 보호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2015년 스미소니언채널이 공개한 다큐멘터리에서 누 무리를 사냥하던 암사자는 어미로부터 떨어진 새끼를 확보하고도 지켜줬다. 심지어 이 암사자는 누 무리들 뒤쫓아 새끼를 돌려줬다.
탄자니아국립공원은 이런 상황들이 아주 드물고 야생 사자들을 1년 내내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암사자 모성본능은 여러 가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인정했다. 향후 광범위한 지역을 효과적으로 관찰할 기술이 개발된다면 이 흥미로운 현상의 진짜 이유를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