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잃어버린 고대 이집트의 스핑크스 석상 2개가 마침내 발견됐다. 약 3400년 전에 만들어진 이 스핑크스는 이집트의 가장 위대한 파라오 아멘호테프 3세의 장제전(mortuary temple)을 지킨 것으로 추정된다.

이집트 관광유물부는 최근 발표한 공식 논문을 통해 아멘호테프 3세가 축조를 명했던 장제전에 세워진 스핑크스 2개가 발굴됐다고 전했다.

관광유물부에 따르면 스핑크스 상은 3400년 동안 비바람을 맞았음에도 풍화가 심하지 않았다. 석회암으로 된 얼굴 부분에 해당하는 파라오의 얼굴이 아직도 뚜렷했고 왕족의 머리 장식과 턱수염도 비교적 잘 구분됐다.

아멘호테프 3세의 장제전 입구에 세워졌던 것으로 보이는 스핑크스 석상 <사진=이집트관광유물부 공식 홈페이지>

길이 8m에 달하는 스핑크스는 장제전의 입구부터 기둥이 늘어선 안뜰까지 이어지는 길목 측면에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 이곳을 따라 아멘호테프 3세의 영면을 기원하기 위해 신관들의 행렬이 오간 것으로 이집트 관광유물부는 추측했다.

관광유물부 관계자는 "아멘호테프 3세의 장제전은 거듭되는 천재지변으로 완전히 붕괴해 버렸다"며 "35ha(35만㎡)에 달하는 광대한 신전은 아멘호테프 3세가 생전 통치한 고대 도시 테베의 번영을 과시하는 건축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치세 말년 직접 축조를 명한 장제전은 파라오의 통치를 기념하는 동시에 고대 이집트의 군주제를 상징한다"며 "죽은 파라오를 신으로 받들기 위해 신관이 의식을 행하고 공물을 바치기 위한 신전 기능도 했다"고 덧붙였다.

아멘호테프 3세 장제전의 유일한 흔적이던 '멤논의 거상' <사진=pixabay>

고대 기록에 따르면 왕가의 계곡과 아멘호테프 3세의 묘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장제전은 기원전 1200년 대지진으로 대파됐다. 높이 18m, 무게 720t의 아멘호테프 3세의 상, 즉 '멤논의 거상(The Colossi of Memnon)' 2개만 겨우 남아있다.

장제전은 붕괴 후 1000년간 거듭된 홍수로 토대 침식이 더 진행됐다. 신전 내외부의 조각상과 기둥들은 지진으로 땅속에 묻히거나 홍수로 물에 잠겼다.

두 스핑크스는 1998년부터 장제전 폐허를 연구·복구해온 고고학자들의 값진 성과다. 이번에 스핑크스와 더불어 기둥 몇 개와 사자머리를 가진 파괴의 여신 세크메트의 상, 아멘호테프 3세 치세의 마지막 10년간 진행된 왕실 축제에 대한 비문도 발견됐다. 이를 토대로 고고학자들은 스핑크스와 신전 기둥으로 장식된 홀이 상상 이상으로 거대하고 호화로웠을 것으로 판단했다.

아멘호테프 3세의 장제전 터에서 스핑크스와 함께 발견된 세크메트 석상 <사진=이집트관광유물부 공식 홈페이지>

고대 이집트 제18왕조의 9대 파라오 아멘호테프 3세는 교묘한 외교술로 치세 기간 평화를 유지, 고대 이집트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파라오로 평가된다.

그의 뒤를 이은 아멘호테프 4세는 왕의 칭호를 아크엔아텐, 즉 '아텐의 빛'으로 바꾸고 고대 이집트인들이 숭상하던 다신교 신을 금지했다. 대신 태양신 아텐만을 믿도록 일신교를 밀어붙이는 등 억압적 통치로 평판이 좋지 않았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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