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싸우는 캐나다 출신 저격수 왈리(Wali, 40)가 최근 떠돈 사망설을 직접 부인했다. 다만 러시아의 기습을 받아 목숨을 잃을 뻔했다고 털어놨다.
왈리는 22일 자신을 독점 인터뷰 중인 캐나다 CBC에 “항간에 퍼진 제 사망설은 사실과 다르다”며 “아직 건재하며, 동료들과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교전에 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각국에서 모인 2만여 용사들과 러시아의 무자비한 학살을 막기 위해 최전선에 배치됐다”며 “키예프에서 제가 죽었다는 이야기가 나온 건 얼마 전 받은 기습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왈리에 따르면 지난주 부대원들과 휴식을 취하던 가옥 바로 옆에 탱크 포탄이 떨어졌다. 불과 3m 거리 차이로 왈리와 동료들은 목숨을 건졌다.
당시 상황에 대해 왈리는 “러시아 군과 50m가량 떨어진 거리에서 교전 중 우리 위치가 노출됐다”며 “재빨리 이동, 안전한 가옥에 몸을 숨겼으나 탱크 포탄이 날아왔다. 맨몸으로 탱크와 싸우는 기분을 알았다”고 전했다.
왈리는 “이번 전쟁은 다른 말들이 뭔지도 모르고 체스를 두는 것과 같다”며 “지금까지 겪었던 다른 분쟁지역과 비교할 때 우크라이나 전쟁이 얼마나 다른지 새삼 놀랐다”고 말했다.
전설의 저격수 왈리의 사망설은 러시아가 전세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벌인 공작으로 추측된다. 왈리는 서방 국가들이 진심으로 우크라이나를 구하려 한다면 전쟁에 사용할 근대적 무기를 지원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당분간 우크라이나에 더 머물면서 임무를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왈리는 아프가니스탄 분쟁 때 얻은 별명이다. 캐나다 왕립 육군 제22연대(캐나다군 보병연대) 출신인 그는 2009~2011년에 걸쳐 칸다하르에서 싸웠고 2015년 이라크로 건너가 현지 테러리스트들과 교전했다.
그에게 ‘전설의 스나이퍼’란 칭호가 붙은 건 2017년이다. 당시 장거리 저격총 맥밀란 TAC-50로 IS(이슬람국가) 테러분자를 3.54㎞ 거리에서 저격하면서 세계 최장 저격 기록을 세웠다. 왈리는 단순히 원거리 사격만 능한 것이 아니라, 스나이퍼의 일평균 저격 성공률을 4배 웃도는 실력을 가진 것으로 군사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