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밖 천체의 자원을 활용해 복합 소재를 만드는 기술은 언제나 주목을 받는다. 인류 행성 이주 계획의 대상인 화성이나 달에 진짜 사람을 보내려면 기지를 세워야 하고, 그러려면 가능한 현지 자원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워싱턴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티타늄 합금보다 경도가 2배에 달하고 3D프린터로도 얼마든 뽑아낼 수 있는 화성 암석 유래 소재를 공개했다.
이 소재는 연구팀이 지난 7월 24일 국제 저널 ‘International Journal of Applied Ceramic Technology’에 낸 논문에서 처음 소개됐다. 약 2개월간 소재의 성능을 시험한 연구팀은 화성이나 다른 천체에서 얼마든 활용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달이나 화성에 기지를 짓기 위해서는 현지 물자를 동원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지구로부터 기지 건설에 필요한 물자를 보내기에는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 때문에 수많은 학자들이 지구 밖 천체에서 조달 가능한 우주 건자재 개발에 매달려 왔다.
천문학자들은 달이나 화성에 사람을 보내 장기간 체류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 계획’이 대표적이다. 이런 프로젝트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달이든 화성이든 기지나 설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연구팀이 개발한 소재는 부서진 화성 레골리스(암석 표면을 덮는 연한 퇴적층)와 티타늄 합금을 혼합해 탄생했다. 구하기 어려운 진짜 레골리스 대신 오퍼튜니티나 큐리오시티, 퍼서비어런스 등 화성 탐사 로버들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모조 레골리스를 티타늄 합금과 배합했다.
학자들은 전부터 화성 표면을 뒤덮은 레골리스를 우주 건자재로 활용 가능하다고 여겼다. 레이저나 태양광으로 녹여 성형하면 건설용 블록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은 지금도 나온다. 레골리스 자체로는 내구성이 약해 금속 등을 배합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유의미한 실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연구팀은 화성 레골리스와 경도가 우수한 티타늄 합금을 섞었다. 원래 티타늄 합금은 튼튼하고 가볍고 열에도 강해 우주 개발에서는 흔히 쓰이는 소재다.
실험 관계자는 “모조 화성 레골리스에 티타늄 합금을 섞어 고출력 레이저로 2000℃까지 가열했다”며 “녹은 재료를 다양한 모양으로 성형하고 냉각한 결과 생각지도 못한 신소재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도나 내구성 테스트 결과 레골리스와 티타늄 합금의 배합 비율에 따라 소재 성능은 매번 달라졌다”며 “화성 레골리스를 5%만 섞었을 경우 소재 표면에 균열이나 기포가 생기지 않고 경도가 티타늄 합금의 2배까지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장차 화성 유인 탐사가 이뤄질 경우, 레골리스라면 얼마든 구할 수 있으므로 현지 기지나 주거 모듈에 들어갈 우주 건자재 걱정은 접어도 좋다는 입장이다.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한층 단단하고 제작이 간편한 소재 개발도 가능하다고 연구팀은 기대했다.
실험 관계자는 “우주 건자재의 최적의 배합 비율을 발견한 것은 물론, 배합비에 따라 우주 방사선을 막을 코팅제 등 다른 소재를 만들어낼 힌트도 얻었다”며 “실재 소재로 사용되기까지 개량할 부분이 있지만 우주 건자재의 제작 가능성을 확인한 점에서 이번 연구의 가치는 크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