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 자전축 기울기와 고리의 형성이 잃어버린 위성 하나로 설명 가능하다는 흥미로운 가설이 제기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잭 위즈덤 교수 연구팀은 최근 논문에서 토성 자전축 기울기와 고리는 위성 크리살리스(Chrysalis)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크리살리스는 과거 토성을 공전했지만 현재 사라진 위성으로 여겨져 왔다.

연구팀은 크리살리스가 존재하던 시절 토성이 해왕성과 중력의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공명(resonance), 자전축이 기울었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크리살리스가 다른 위성과 상호작용한 끝에 궤도가 흐트러지고 토성에 근접하면서 붕괴, 잔해 일부가 고리를 만들었다는 설이다.

카시니 탐사선이 포착한 토성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토성의 가장 큰 특징인 고리는 형성된 지 40억 년 또는 그 이상 지난 것으로 여겨졌다. 다만 2019년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 탐사선 ‘카시니(Cassini)’의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리 나이가 약 1억 년밖에 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원래 토성 자전축이 약 27° 기울어진 이유를 크리살리스에서 찾던 연구팀은 지구에 공룡이 출현할 무렵 토성에 고리가 없었다는 카시니 분석에 흥미를 느꼈다. 1997년 발사된 카시니는 2004년 6월 토성에 도착, 2017년 9월 15일 최후를 맞기까지 다양한 정보들을 수집했다. 

연구팀은 카시니 데이터를 통해 크리살리스가 현재 토성에서 세 번째로 큰 위성 이아페투스(직경 약 1470㎞)와 맞먹는 크기라고 추정했다. 붕괴 후 잔해의 99%가 토성으로 떨어졌고, 이로써 고리가 형성된 것으로 판단했다.

카시니가 담아낸 토성의 고리. 토성 본체보다 나이가 훨씬 어리다는 사실이 카시니 데이터를 통해 밝혀졌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특히 연구팀은 토성 자전축이 일정하게 흔들리는 세차가 해왕성 공전축 세차와 동기화하는 점에서 두 행성이 공명 끝에 토성 자전축이 기울어진 것으로 추측했다. 다만 토성의 각운동량(회전하는 물체의 운동량)이 명확하지 않은 점이 문제였다. 토성 각운동량은 해왕성과 공명의 영향을 좌우하는 요소다. 따라서 토성과 해왕성의 관계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토성 각운동량이 결정돼야 했다.

이에 연구팀은 토성 내부를 모델화하고 카시니가 임무를 마감할 때 얻은 토성 중력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관성 모멘트(회전을 계속하려는 물체의 성질)를 밝혀내려 했다. 그 결과 토성 각운동량은 해왕성과 공명하기에는 빠듯했다. 적어도 현재의 토성과 해왕성은 공명 상태에 있지 않다는 의미였다.

연구팀은 토성이 해왕성과 공명 상태에서 벗어난 이유를 다각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에서 과거 토성에 이아페투스와 비슷한 위성이 존재할 가능성을 떠올렸다. 이 위성을 잃으면서 해왕성과 공명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토성 자전축 기울기가 영향을 받았다는 게 연구팀 결론이다.

임무를 마치고 토성 대기나 지표에 영향을 덜 주는 각도로 진입, 소멸된 카시니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잭 위즈덤 교수는 “가상의 위성이 소멸한 것은 토성과 계속 멀어지는 위성 타이탄과 공명, 궤도가 변해 토성과 너무 가까워졌기 때문”이라며 “타이탄(직경 약 5150㎞)이 토성에서 멀어지는 속도(매년 약 11㎝)를 바탕으로 그 시기를 지금으로부터 2억~1억 년 전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최근 부상한 토성 고리의 형성 시기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이 토성의 자전축 기울기와 본체보다 훨씬 젊은 고리가 생긴 수수께끼를 동시에 풀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향후 토성과 크리살리스, 해왕성의 움직임을 보다 정확하게 측정해 이번 가설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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