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나 새 모두에게 치명적인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 새떼가 뜻하지 않게 비행기 몸체나 엔진과 충돌하는 끔찍한 사고를 막기 위해 매와 똑같이 생긴 로봇이 개발됐다.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교와 이탈리아 투시아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26일 국제 학술지 ‘Journal of the Royal Society’를 통해 매의 외형을 한 ‘로봇 팰컨(Robot Falcon)’을 공개했다.

움직이는 항공기에 새가 부딪히는 현상은 생각보다 잦고 위험하다. 점보 제트기는 거대한 금속 덩어리지만 맞은편에서 날아와 부딪히는 새에 아주 약하다. 새가 제트 엔진에 빨려 들어가 블레이드라도 손상되면 엔진은 물론 기체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게 된다.

실제로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항공기 사고는 심심찮게 벌어진다. 지난 1월 대한민국 공군 F-35A의 비상착륙 원인이 10㎏짜리 독수리와 충돌로 밝혀졌다. 2019년 3월 에티오피아항공 보잉 737맥스 항공기 추락 사고 역시 버드 스트라이크 탓으로 조사됐다.

로봇 팰컨(A)과 실제 비행(B) 및 새 퇴치 상황(C) <사진=흐로닝언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맹금류를 상징하는 매가 하늘 최강의 사냥꾼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본뜬 로봇을 오랜 시간 매와 같은 패턴으로 띄울 수 있다면 새들이 겁을 먹고 흩어질 것으로 생각했다.

특히 로봇 팰컨은 버드 스트라이크가 항공기 이륙 중에 빈발한다는 점에 착안해 원격 조작 거리 및 배터리 용량이 정해졌다. 세계 각국의 공항은 이륙하는 항공기의 버드 스트라이크를 막기 위해 공포탄 등을 사용, 새떼를 쫓기 바쁘다. 공항에서 이따금 들리는 윙윙거리는 큰 소리 역시 새떼를 쫓기 위한 수단이다.

로봇 팰컨의 몸통은 유리섬유(글라스 파이버)와 폴리프로필렌 복합 소재로 제작됐다. 겉면은 실제 매와 비슷한 도장이 적용됐다. 로봇의 양쪽 날개 전면에 엔진과 프로펠러가 탑재됐다.

로봇 개발과 더불어 연구팀은 하늘을 나는 실제 매를 장시간 면밀히 관찰했다. 비행 패턴을 알아낸 연구팀은 이를 로봇 팰컨에 적용해 테스트에 나섰고, 새들이 진짜 매처럼 겁을 먹고 도망치는 것을 확인했다.

매는 맹금류를 대표하는 하늘의 포식자다. <사진=pixabay>

개발 관계자는 “로봇 팰컨을 새떼를 향해 날려봤더니 무려 절반이 불과 70초 만에 도망쳤다”며 “약 5분 뒤에는 커다란 무리를 이뤘던 새들이 모두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농가에서 참새를 쫓기 위해 세워놓는 허수아비는 얼마 안 가 새들이 적응한다. 심지어 새들이 허수아비 위에 앉아 놀기도 한다”며 “3개월간 반복 실험 과정에서 새들이 로봇 팰컨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고 언제나 무서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로봇 팰컨을 공항 등의 실제 새 퇴치에 적용할 수 있는지 추가 실험에 나설 계획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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