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블랙홀이 새로 발견됐다. 일반 블랙홀과 달리 X선 방사가 없는 휴면 상태로 밝혀져 학계 관심이 집중됐다.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는 2일 국제 학술지 ‘Monthly Not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에 소개된 논문에서 약 1600광년 떨어진 뱀자리 부근에서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블랙홀 ‘가이아 BH1(Gaia BH1)’을 특정했다고 밝혔다.

‘가이아 BH1’은 지금까지 관측된 지구와 인접한 블랙홀들보다 무려 3000광년 가깝다. 더욱이 우리은하 최초의 휴면 항성질량 블랙홀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블랙홀은 우주에서 가장 많은 수수께끼를 가진 파괴적인 천체다. 대부분의 은하 중심에는 초대질량 블랙홀, 즉 태양의 10만~100억배 질량을 가진 괴물 천체가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지구와 약 1600광년 떨어진 가장 가까운 블랙홀 '가이아 BH1'의 상상도 <사진=미국 국립과학재단(NSF) 국립광학적외선천문학연구소(NOIRLab)·제미니 천문대 공식 홈페이지>

‘가이아 BH1’과 같은 항성질량 블랙홀은 태양의 약 5~100배 질량을 가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은하에만 약 1억개가 존재할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껏 확인된 것들이 주위 별을 삼키며 강한 X선을 방출하는 활동형인 것과 달리 ‘가이아 BH1’은 휴면형이다.

조사 관계자는 “빛조차 빠져나가지 못하는 블랙홀이지만 물질이 나선을 그리며 떨어지면 마찰 에너지 때문에 X선이나 감마선이 방사된다”며 “이를 포착하는 방식으로 그간 우주 공간에서 블랙홀의 위치를 추측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가이아 BH1’의 존재를 가장 먼저 포착한 것은 유럽우주국(ESA) 탐사선 가이아다. 우리은하 조사 임무를 수행 중인 가이아의 데이터를 조사하던 연구팀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천체의 중력이 원인으로 보이는 별의 존재를 추정해냈다.

연구팀은 보다 자세한 조사를 위해 하와이 제미니 천문대의 다천체 분광 장치를 이용했다. 해당 천체의 속도와 공전 주기를 정밀하게 측정한 결과 블랙홀 주위를 태양과 같은 항성이 도는 항성계를 특정했다.

ESA가 운용하는 가이아 탐사선 <사진=ESA 공식 홈페이지>

휴면 상태의 블랙홀은 X선 방사 없이 주위에 녹아들 듯 고요해 파악이 불가능하다. 연구팀이 ‘가이아 BH1’을 찾아낸 결정적 단서는 블랙홀 주위를 도는 반성의 움직임이다. 반성은 중력에 속박돼 서로 주위를 도는 쌍성계 중 어두운 별이다. 밝은 별은 주성이라고 칭한다.

연구팀은 기존에 우리가 알던 블랙홀 이론으로는 ‘가이아 BH1’의 존재를 설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이번 발견은 블랙홀과 항성으로 구성되는 이런 쌍성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이해하는 첫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사 관계자는 “이 휴면 블랙홀은 원래 태양의 20배 이상 무거운 항성으로, 수백만 년밖에 살 수 없는 운명이었을 것”이라며 “만일 원래 별과 현재 블랙홀을 도는 반성이 동시에 탄생했다면 전자는 곧 크게 부풀어 후자가 태양과 같은 수소를 태우는 별이 되기 전 먹혀버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블랙홀을 도는 항성이 어떻게 그런 위기를 모면했으며, 얼핏 평범해 보이는 별이 될 수 있었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며 “이는 블랙홀의 형성과 진화에 대해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커다란 구멍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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