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의 미라 기술은 시신을 보존할 목적이 아닌 죽은 자를 신성한 곳으로 인도하기 위해 개발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은 21일 공식 채널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을 공개했다. 연구팀은 내년 2월 18일 맨체스터 박물관(Manchester Museum)에서 개막하는 ‘이집트 황금 미라(Golden Mummies of Egypt)’ 전시에 앞서 미라에 관한 다양한 연구 성과를 전파하고 있다.

연구팀은 고대 이집트 미라가 시신을 사후에도 보존하기 위한 기술로 오랫동안 여겨졌지만 이는 학계의 분명한 오해라는 입장이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죽은 자를 신성한 곳으로 인도하려 했고, 이를 위해 고도의 미라 기술을 개발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고고학계가 미라를 죽은 자를 장기 보존하기 위한 조치로 오해한 것은 이들의 식량 보존 기술과 밀접하게 관련됐다. 빅토리아 시대(1837~1901년) 유럽 고고학자들은 고대 이집트인들이 물고기를 잡아 염장하는 것과 비슷한 방법으로 시신을 보존했다고 여겼다.

고대 이집트 미라 기술은 시신의 보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신성화를 위한 수단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pixabay>

실제로 고대 이집트인의 생선 염장법과 미라 기술 모두 소금 성분을 사용했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잡은 생선을 충분히 먹고 남은 것은 만약을 위해 보존했다. 학자들은 이를 통해 습득한 염장 기술을 망자의 시신에 적용한 것이 미라라고 생각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 관계자는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에 사용되던 소금은 그날 잡은 물고기를 보존하기 위해 사용하는 소금과는 엄연히 달랐다”며 “나트론으로 알려진 천연 미네랄은 탄산나트륨, 중탄산나트륨, 염화나트륨, 황산나트륨 혼합물로 나일강 주변 호수 바닥에 풍부하게 존재해 미라를 만들 때 소중한 재료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트론이 신전 의식에서 사용되고 신들의 상에 칠해진 것도 발굴 조사 결과 확인됐다. 즉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나트론을 정화를 위해 사용했다”며 “향 역시 미라를 만드는 재료 중 하나였으며, 동시에 신들에게 바치는 공물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동방박사가 선물한 유향과 몰약은 고대 이집트에서도 신에 대한 귀중한 선물로 사용됐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망자의 시신을 나트론과 향으로 처리한 뒤 사람 형상을 본뜬 내관에 안치했다. 다시 이를 망자의 초상을 새긴 석관에 넣었다. <사진=pixabay>

연구팀 관계자는 “나트론과 향을 사용하는 미라 제작은 시신을 신성화하고 경건한 존재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었다”며 “향을 의미하는 고대 이집트 단어 ‘senetjer’는 ‘신성하게 한다’는 사실 뜻을 가졌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집트 신전 안에서 향을 피우는 것은 신의 공간을 정화하고 신성하게 한다는 의미가 강하다”며 “망자의 몸에 향기로운 수지를 사용하는 것은 시신을 신성화해 경건한 존재로 만들려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며, 보존은 부가적으로 얻은 효과”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집트 사람들이 죽으면 다음 생에 자신의 육체를 필요로 한다고 믿었던 점에서 미라화의 이유에 대한 고고학계 오해가 굳어졌다고 판단했다. 미라를 만드는 과정에서 내장을 제거하는 작업이 필수였기에 이런 생각이 더욱 강해졌지만 실제로는 더 심오한 의미가 있었다는 게 연구팀 결론이다.

아울러 이집트 미라가 대개 고인의 초상화가 붙은 석관에 안치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망자의 신원을 분명히 밝히는 것은 신격화한 시신을 추앙하고 이상적 이미지를 부여하는 작업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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