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태우고 코끼리처럼 느릿느릿 걷는 4족 보행 로봇이 일본에서 탄생했다. 다리가 넷 달린 로봇은 이미 등장했지만 두 명 이상이 탑승 가능한 4족 보행 로봇은 처음이다.
일본 오사카에 본사를 둔 산세이 테크놀로지는 15일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사람을 태우고 네 다리로 걷는 로봇 ‘SR-02’를 선보였다.
길이 3.6m, 폭 2m, 높이 2.1m, 무게 2t인 이 로봇은 분당 3.8~9m 속도로 아주 느리게 걷는다. 리튬 배터리로 전기모터와 가속기를 움직여 보행하는 이 로봇은 ‘마크로스’ ‘건담’ 메카닉 디자이너로 참여한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텐진 히데타카(49)가 디자인에 참여했다.
아스라텍의 로봇 제어 시스템 부시도(V-Sido)를 탑재한 ‘SR-02’는 무선 또는 유선 원격조종이 가능하다. 부시도는 로봇의 실시간 보행 및 돌발 상황에 따른 자세 제어, 주변 물체에 대한 능동적 반응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SR-02’는 탑승자 편의를 고려해 다리를 구부려 높이를 낮출 수 있다. 성인 네 명을 태운 뒤 천천히 일어나 느릿느릿 걷는 것이 코끼리와 닮았다. 모든 동작이 답답할 정도로 느리지만 회전반경은 0으로, 제자리에서 방향을 완벽하게 바꿀 수 있다.
산세이 테크놀로지는 ‘SR-02’에 앞서 승용 변형 2족 보행 로봇 ‘SR-01’도 제작하고 있다. ‘SR-01’을 통해 축적한 기술을 응용해 만든 것이 ‘SR-02’다. 회사는 지난 2월 선을 보인 ‘SR-02’ 프로토타입의 자세 안정성과 보행속도를 높여 완성판을 공개하게 됐다.
직접 로봇을 시승한 사람들은 코끼리나 낙타를 타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반응했다. 롤러코스터 등을 제작하는 산세이 테크놀로지는 ‘SR-02’를 일단 전시회나 테마파크에 투입할 계획이다.
로봇 개발 관계자는 “사람을 태우는 4족 보행 로봇은 비용이 많이 들고 안전성 확보가 까다로워 지금까지 개발되지 않았다”며 “개발은 탑승자 안전이 완전하게 확보되는 보행 동작을 만든 뒤 움직이는 속도를 높이는 순서로 진행됐다. 물론 지금도 느리지만 향후 속도를 더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