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질환 치료제로 승인된 약에서 수면 부족으로 인한 기억 저하 완화 효과가 발견됐다.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교 연구팀은 27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소개된 논문에서 로플루밀라스트를 쥐에 투약한 결과 수면 부족에 따른 기억 저하 현상이 호전됐다고 전했다.

수면 부족은 기억력 유지에 악영향은 미친다. 잠이 부족하거나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뇌 단백질이나 뇌세포 활동이 방해를 받아 기억력이 부분적으로 흐릿해질 수 있다.

연구팀은 임의로 수면량을 줄인 쥐들을 다른 케이지로 이동하는 실험에서 쥐들이 장소가 바뀐 사실을 대체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일부 쥐의 유전자를 조작하고 빛으로 해마를 자극하자 케이지가 바뀐 데 반응했다. 해마는 기억을 관장하는 뇌 영역이며, 신경세포에 빛 자극을 줘 일정 반응을 유도하는 방법을 '옵토제네틱스'라고 한다.

옵토제네틱스 같은 자극 요법에서는 치매 치료 가능성이 엿보이지만 과정이 복잡하다. 때문에 단순한 투약만으로 이런 효과를 대체할 방법이 고안되고 있다. <사진=pixabay>

옵토제네틱스보다 간편하고 몸에 상처를 내지 않고도 기억을 회복할 방법을 고민한 연구팀은 폐 염증 치료제 로플루밀라스트를 떠올렸다. 이 약은 잠이 부족해 기억력이 떨어질 때 일정 세포 시그널 분자를 늘리는 부작용이 있다. 이를 쥐에게 투여하자 빛으로 해마를 자극할 때처럼 기억이 회복됐다.

실험 관계자는 "로플루밀라스트에 의한 기억 회복 효과는 5일 정도 지속됐다. 옵토제네틱스를 병용한 경우 효과가 더 오래갔다"며 "이를 당장 사람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이번 실험 결과를 계기로 연구 및 접근 방법은 달라질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와 별도로 연구팀은 쥐들이 수면 부족으로 기억력이 떨어졌지만 정보는 뇌에 그대로 담겨 있다고 결론 내렸다. 즉 기억을 바로 꺼내 재생하는 과정이 수면 부족으로 느려지거나 차단됐을 뿐 원래 기억 자체가 지워진 건 아니라고 파악했다.

연구팀은 향후 로플루밀라스트 같은 약들이 기억력 회복 유도에 도움이 되는지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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