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민간 기업들의 우주개발 열기가 뜨겁다. 아이스페이스(ispace)가 지난해 12월 달 착륙선 ‘시리즈-1’을 쏘아 올렸고, 디지털 블라스트(Digital Blast)는 모듈 3개로 구성된 일본 최초의 우주정거장 구상안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일본 업체들이 개발한 초소형 달 탐사차다. 한국에도 익숙한 완구 회사 타카라토미는 야구공 크기의 변신형 달 탐사 로봇 ‘소라큐(SORA-Q)’를 ‘시리즈-1’에 탑재했다. ‘소라큐’는 오는 4월 말 ‘시리즈-1’이 무사히 달 표면에 안착하면 일본 최초의 달 탐사차 기록을 갖게 된다.
타카라토미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소니, 도시샤대학교가 공동 개발한 소라큐는 야구공 크기의 작은 변신 로봇이다. JAXA의 ‘우주탐사 이노베이션 허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한 이 로봇은 그간 다양한 변신 로봇 완구를 만든 타카라토미의 기술이 집약됐다.
소라큐는 직경 약 8㎝, 무게 약 250g의 초소형·경량 로봇이다. 몸체를 변형시켜 달 표면을 자유자재로 주행할 수 있다. 달의 저중력 환경에서 초소형 로봇 탐사기술을 실증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이를 위한 몇 가지 미션이 이미 부여됐다.
소형 달 착륙선 ‘시리즈-1’으로부터 구체 모양으로 달 표면에 방출되는 소라큐는 달 표면을 덮은 레골리스(퇴적층) 위를 자유롭게 주행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몸체에 장착된 소형 컴퓨터가 작동 로그를 모아 저장한다.
소라큐에 탑재된 전후방 2대의 카메라는 쉴 새 없이 주변을 촬영해 지구로 전송한다. 전방 카메라는 주위 상황을 찍고 후방 카메라는 주행 때문에 달 표면에 생긴 흔적을 주로 담아낸다.
일본 업체 다이몬은 월면차 ‘야오키(YAOKI)’를 조만간 우주로 쏘아 올린다. ‘야오키’는 올해 1분기 발사를 예고한 미국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의 차세대 로켓 ‘벌컨’의 페이로드 ‘페레그린’ 호에 실려 달로 날아간다. ‘페레그린’은 미국 민간 우주개발 업체 아스트로보틱의 달 착륙선으로, ‘야오키’는 여기서 사출돼 맡은 임무를 수행한다.
‘야오키’는 일본의 달 표면 개발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 가로 15㎝, 세로 15㎝, 높이 10㎝에 무게 498g의 초소형·초경량 월면차다. 100G(가속도)에 견디는 강성을 가졌고 불규칙한 달 표면에 최적화해 넘어져도 곧바로 일어나 달릴 수 있게 설계됐다.
무엇보다 ‘야오키’는 저비용에 초점을 맞췄다. 다이몬 관계자는 “달에 물자를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을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1㎏ 당 1억엔(약 9억5400만원)으로 본다”며 “무게가 약 0.5㎏인 ‘야오키’의 경우 달까지 가는 데 드는 돈은 5000만엔(약 4억7700만원)으로 저렴한 편”이라고 강조했다.
‘소라큐’와 달리 변신형이 아닌 ‘야오키’는 상하 구분이 없는 구조로, 좌우 바퀴를 구동해 이동한다. 전면에 고성능 카메라가 장착돼 달 표면 주행 상황을 실시간 촬영한다. 굴곡에 걸려 넘어질 경우 몸체 뒤에 부착된 스태빌라이저, 즉 일종의 자세 안정장치를 이용해 몸을 곧바로 뒤집어 다시 달린다.
‘야오키’는 ‘벌컨’ 개발이 완료되는 2021년 달로 향할 계획이었다. 이 경우 일본이 제작한 달 탐사차로는 최초로 달에 안착할 수 있었지만 ‘벌컨’ 로켓 개발이 엔진 문제로 지연된 탓에 ‘소라큐’에 대기록을 넘겨주게 됐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