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머지않아 인공지능(AI)과 사랑에 빠질 수 있으며, 그로 인한 부작용은 SNS 이상으로 위험할 수 있다는 전문가 경고가 나왔다.
구글의 회장을 역임한 사업가이자 컴퓨터 엔지니어 에릭 슈미트(67)는 9일(한국시간) 미국 ABC뉴스와 인터뷰에서 인간이 조만간 AI에 애정을 품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언급했다.
에릭 슈미트는 AI의 발달상은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대단하며, 어떤 상황이든 최상의 해결책을 내놓은 AI를 인간이 사랑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고 전제했다.
다만 그는 인공지능을 연구한 사람으로서 이런 전대미문의 상황이 위험천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에릭 슈미트는 "AI와 금지된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우리는 챗GPT의 등장으로 AI에 일상적으로 묻고 대화하며 다양한 것을 배우는 라이프스타일에 익숙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사립학교는 오픈AI의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 기술을 이용한 AI 교사를 채용했다. 에릭 슈미트는 "아이들은 무능한 인간 교사보다 유능한 로봇에게 배우고 싶어 할 것"이라며 "모든 면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데다 인내심이 무한한 AI 교사는 학생들의 마음의 틈까지 채워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인간이 아무리 대화 상대가 AI라는 것을 의식하더라도, 워낙 발달한 기술 덕에 점차 인간처럼 느끼게 될 수 있다"며 "이런 일라이자 효과(Eliza effect)는 AI가 인간 삶에 스며든 현재, 그리고 미래에는 보편적 사실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챗GPT가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한 AI 임을 인식하면서도 마치 인간과 대화하는 기분이 든다는 사람이 적잖다. 일부에서는 이런 점을 이용해 AI 남자친구나 여자친구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아바타와 AI를 접목한 레플리카(Replica) 서비스는 이미 200만 명 넘는 사용자를 확보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에서 인간이 이미 AI에 애정을 품기 시작했다고 본다.
에릭 슈미트는 "기술의 역사에 비춰 볼 때 새로 등장한 강력한 테크놀로지는 늘 예상 밖의 부작용을 동반했다"며 "처음 개발자들은 SNS를 일반에 공개하면서 '이걸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할까' 정도의 단순한 예측밖에는 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현재 SNS가 어떻게 정보를 조작하고 피해를 야기하는지 우리는 잘 안다"며 "심지어 SNS 때문에 사람이 죽어 나가기도 한다. SNS를 개발한 사람들은 전혀 원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유감이지만, 같은 일이 AI 기술 영역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