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이 어려워 수수께끼로 가득한 중간 질량 블랙홀이 7200광년 떨어진 구상 성단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학계는 그간 놓치고 있던 블랙홀의 미싱 링크를 들춘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I)는 지난달 말 공개한 연구 보고서에서 전갈자리의 구상성단 M4(메시에4, NGC 6121)의 중심에 미확인 중간 질량 블랙홀이 활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M4는 태양 800개 분량의 질량이 응축된 초고밀도 공간이다. 인근의 별들이 마치 몰려드는 벌떼처럼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STScI 연구팀은 새로운 이론이 발견되지 않는 한, 중심부 천체가 단일 블랙홀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구상성단 M4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거대한 별이 중력의 영향으로 붕괴하며 탄생하는 블랙홀은 두 가지 유형이 알려져 있다. 하나는 태양의 몇 배에서 수십 배의 질량을 가진 우주에서 가장 흔한 블랙홀, 즉 항성 질량 블랙홀이다. 다른 하나는 태양의 수백만 배에서 수백억 배로 월등한 질량을 가진 초대질량 블랙홀이다. 이런 천체는 주로 은하 중심에 존재한다.

중간 질량 블랙홀의 추정 질량은 태양의 100배에서 10만 배다. 관측이 아주 드문 천체로 유력한 후보는 지금까지 몇 개 특정됐지만 면밀히 확인된 바는 없다. 중간 질량 블랙홀을 찾지 못하는 것은 천문학계의 미스터리 중 하나다.

STScI은 중간 질량 블랙홀과 구상성단의 연관성을 의심했다. 구상성단은 수만~수백만 개의 별이 밀집한 영역으로 우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졌다. STScI 연구팀은 중간 질량 블랙홀이 항성 질량에서 초대질량 블랙홀로 성장하는 중간 단계라면 먹을거리가 많고 지구에서 가까운 M4가 딱 좋은 연구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중간 질량 블랙홀(오른쪽)이 항성을 잡아먹는 상상도 <사진=유럽우주국(ESA)·허블우주망원경>

연구팀 관계자는 "허블과 가이아 등 현재 활동 중인 우주망원경의 관측 데이터를 통해 M4에 있는 별들을 확인했다"며 "중심부를 둘러싼 별들의 움직임이 특이했다. 뭔가 거대한 천체 주위를 벌집으로 몰려드는 벌처럼 별들이 이동하고 있음을 알아냈다"고 설명했다.

STScI은 별들의 이런 움직임이 중간 질량 블랙홀의 영향이라고 중간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 관계자는 "별들을 그렇게 움직이는 거대한 중력의 원천이 중성자별이나 백색왜성 같은 고밀도 별의 시체라고 보기에는 그곳은 너무 좁다"며 "10분의 1광년 범위에 항성 질량 블랙홀이 40개나 밀집한 것과 맞먹는 중력을 설명하려면 중간 질량 블랙홀밖에 없다"고 전했다.

STScI은 이번 결론을 입증하기 위해 향후 성능이 뛰어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을 동원, 추가 관측에 나설 계획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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